신연희 강남구청장 “구룡마을 개발, 땅주인들 재산권 제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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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여러 가지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청렴도 평가나 행정면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구룡마을 개발을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속의 서울로 불릴 만큼 국내 최고가 수준의 주택가가 형성돼 있는 한편으로 비닐하우스와 쪽방촌이라는 그늘도 공존하고, 수많은 해외투자 자문단과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생계보조 수급자도 많은 강남구.

대한민국의 두 얼굴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강남구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신연희 구청장을 만나 강남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신연희 강남구청장 “구룡마을 개발, 땅주인들 재산권 제한돼야”

강남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층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은 물론 서울시의 다른 구민들에게도 항상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데 진짜 강남의 현실은 어떤가.
“부자들이 사는 부자구로 인식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정부의 생계보조가 필요한 수급자가 8번째(9295명)로 많고, 영구임대아파트는 세 번째(6680가구), 거동이 불편한 등록 장애인은 13번째(1만5708명)로 많다. 실상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전국 대표도시임을 자부하는 강남에 구룡마을, 수정마을 등 반세기 전 모습의 집단 판자촌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곳에 사는 분들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한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 대해서는 급여지원 등 안정된 보호와 함께 하루빨리 임대아파트로의 이주 등 근본적인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룡마을 이야기가 나왔는데, 구룡마을 개발의 어떤 부분 때문에 서울시와 대립을 하나.
“구룡마을은 과거 80년대부터 주택 건립이 불가능한 자연녹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자 대표적 달동네다. 400채 1200가구에 2500여명의 구민이 생활한다. 구룡마을 공영개발은 제가 구청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서울시의 방침이었다. 

과거 서울시가 발표했던 대로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거주민 주택 건설이 부도 등으로 중단되는 일 없이 차질 없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100% 공영개발이 필요하다. 대모산과 구룡산이 있는 강남의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주변과 균형을 맞춰 개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100% 계획개발을 해야 한다. 그

런데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에 토지주에게 현금 대신 토지를 본인 뜻대로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환지방식을 일부 도입하겠다고 계획을 변경했다. 환지방식이 도입될 경우 전체 부지 28만6929㎡의 44.2%를 소유한 정모씨 등 대토지주들에게만 특혜가 돌아간다. 

토지주 109명 가운데 990㎡ 이상 소유자는 49명으로 국·공유지를 뺀 민간 토지 25만6030㎡의 79%를 가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660㎡를 환지로 받을 경우 인근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적용해 추정하면 137억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구룡마을 거주구민 100%가 안전하게 주거이전을 하고, 공영개발 후에 새로 만들어진 보금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가장 공공의 이익이 아닌가. 그런데 서울시가 대토지주의 손을 들어주는 셈이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계속 서울시장에게 면담 요청도 하고, 구민들에게 호소문도 보내고, 감사청구도 해서 현재 서울시와 함께 감사를 받는 중이다.”

일부에서는 구청장이 새누리당의 재공천을 받기 위해 박원순 시장에게 거는 싸움이나 발목잡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공직생활 30년의 명예를 걸고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님을 밝힌다. 공무원의 가장 큰 의무는 국민과 주민의 행복이다. 구민들 입장에서 봐도 100% 공영개발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자꾸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박 시장의 잘못된 판단에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과거 박 시장의 열렬한 팬이었다. 그런데 토지수용비를 보전하고도 수천억원의 잉여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을 수용비 예산이 부족해서 일부 환지가 필요하다고 하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나가던 황소도 웃을 어처구니없는 변명’이다. 

공공에 돌아가야 할 수천억원의 개발이득을 개인 토지주들에게 헌납하려 하니 답답할 뿐이다. 몇 번이나 시장 면담 요청을 해도 만나주지도 않는다. 공개서한 등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박 시장은 그렇다 쳐도 구룡마을 주민들도 공영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데모도 하던데, 주민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공영개발이 주민들의 진정한 이익과 정직한 행복임을 확신한다. 대토지주나 서울시가 주장하는 환지에 연연해 하는 이들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공익을 위해서는 사유재산권이 어느 정도는 제한돼야 한다. 

원칙도 없고, 의혹만 불러올 환지에 연연하지 말고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취득가보다 2배 이상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용보상에 만족하면서 국익과 공익을 위해 법치행정에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신연희 강남구청장 “구룡마을 개발, 땅주인들 재산권 제한돼야”

평소 다른 구민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나.
“주민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기 위해서 22개동 주민을 직접 찾아가 대화하고 토론하는 ‘대면행정’, ‘현장행정’, ‘스킨십 행정’을 자주 하고 있다. 구민들의 숙원사업과 아이디어를 생생한 목소리로 듣기 위해 ‘1일 동장’을 하기도 한다. 톡톡 현장민원실, 주민과의 데이트 시간을 통해 평소 주민들께서 궁금해 하시는 사항과 강남구 살림에 대해 즉문 즉답도 한다.

이렇게 현장에서 주민과 마주하다 보면 의외로 많은 주민들이 구청과 대화하고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구민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올바른 구정을 펼칠 수 있다. 

구민들 또한 구청장이 생각하고 있는 비전을 올바로 이해하셔야만 구정에 적극 동참해 주실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낮은 자세로 구민의 마음을 세밀하게 살펴 구정에 반영토록 하겠다.”

얼마 전 직원들이 실시한 청렴도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9.95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결이 뭔가.
“청렴은 조직의 생명력이다. 구청장 취임사에서부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무사안일, 기회주의를 용납치 않을 것이며 일벌백계, 신상필벌로 공직자를 통솔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취임 1주년 때는 저를 포함한 강남구 4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이 전직원 앞에서 청렴실천을 서약했다. 공직사회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청렴실천을 약속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란 평을 들었다.

직원들 앞에서 청렴실천 서약도 하고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직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늘 궁금했다. 올해는 용기를 내서 직원들로부터 직접 평가를 받고 싶었다. 

평가항목은 모두 20개였다. ▲금품·향응 수수, 외유성 등 부적적한 출장, 청렴에 대한 의지 등 청렴성 분야에서는 9개 항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9.95점이 나왔다. ▲인사업무와 민주적 리더십 등 신뢰성 분야는 9.8점이 나왔다. 특별한 비결보다는 직원들이 후한 점수를 준 덕분이다. 만점을 받지 못한 신뢰성 분야는 제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청렴한 것은 자칫 직원들에게는 까칠하거나 가까이 하기엔 먼 존재로 여겨지지는 않나. 어떤 리더십의 상사인가.
“‘공직자의 청렴을 바탕으로 하는 솔선수범은 주민의 행복을 높인다’는 ‘관청민자안’(官淸民自安)을 자주 인용한다. 우리 강남구 공직자 모두가 청렴에 동참하기를 독려하고 있고 직원들도 이에 공감할 때 행복을 느낀다. 

청렴을 강조한다고 해서 직원과 거리가 멀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지켜야 할 테두리 안에서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린다. 매월 정례적으로 ‘구청장과의 만남’을 통해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식사도 하면서 평소 애로사항도 듣는 등 즐거운 직장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덕분에 강남이 세계적 주목을 받는다. 구청장이 생각하는 진짜 강남 스타일은 무엇인가.
“진정한 강남 스타일은 끊임없이 에너지가 넘쳐나는 역동성과 그 속에서 여유롭고 품격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테헤란밸리와 코엑스를 중심으로 365일 쉼 없이 약동하는 경제, 강남역과 가로수길 등 젊음과 활기로 넘쳐나는 거리, 청담동 명품거리와 백화점 같은 세련된 쇼핑 공간 등 강남은 365일 24시간 내내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함께 다양한 고품격의 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에 ‘뉴욕 스타일’이 있듯이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강남 스타일 또한 희망과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다. 싸이의 노래 가사에서도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람’을 강남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진정한 강남 스타일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더하여 사상과 가치관도 건강하다. 그리고 이러한 풍요로움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봉사하는 마음, 어른을 공경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강남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강남은 서울의 상징이고 어떤 이는 한국의 심장이라고도 한다. 구민행정만이 아니라 글로벌업무도 상당할 것 같다.
“취임 때부터 장기불황을 타개하고 명실상부한 국가경제 심장부로의 도약을 위해 우리 구만의 특장점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제품은 우수하지만 해외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을 모집해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 중국·미국·유럽과 인도와 태국까지 총 23차례 해외전시회 참가 및 통상촉진단을 파견해 왔다.

여기에 참여했던 관내 중소기업 총 186개를 대상으로 사후 수출실적 등을 조사한 결과 1억3234만 달러(1455억7400만원)의 제품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성구청장으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
“공직에 몸담았던 33년 동안 행정 전반에 걸쳐 많은 경험을 쌓았다. 여성의 상대적 강점이 될 수 있는 절약, 섬세, 미적 감각 등을 보태서 남성보다 일처리를 더 깔끔하고 꼼꼼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남성 공무원이 주로 맡았던 회계과장, 소비자보호과장, 부구청장, 행정국장 등에 발탁되었고 위기도 잘 극복했다.

보통 남성들은 정보를 얻고, 자신의 지위를 구축하고, 독립성을 과시하기 위해 남들과 소통하지만, 여성은 관계 형성과 상호작용 도모, 감정을 교환하기 위해서 소통한다. 이해와 협력이란 소통의 진면목 측면에 있어서도 여성이 앞설 개연성이 높다고 본다.”

강남구만 아니라 신연희 구청장도 두 얼굴의 주인공이다. 자그마하고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엄청나게 에너지가 넘쳤다. 구룡마을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동석했던 직원은 “너무 건강하고 부지런해서 젊은 직원들이 따라다니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일도, 투쟁도 건강해야 한다.

<글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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