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민영진 사장 “정부 담뱃값 인상 논의 세수 늘리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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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자 신문에는 KT&G의 새 담배 공시 안내가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에쎄 골든리프 1mg’이란 이름의 신제품은 ‘최상급 잎담배를 사용한 프리미엄급에 타르 1.0mg, 니코틴 0.1mg’이란 설명이 있지만 눈에 띄는 것은 갑당 4000원의 가격이다. 자개문양 갑으로 포장한 한정판 가격은 1만원이다. 한정판이긴 하지만 이제 국산담배도 1만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올초부터 새누리당 김재원의원을 비롯, 보건복지부가 담배값을 기존 2500원 수준에서 5000원 수준으로 올리자고 제안했고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가능하면 담배값을 인상하겠다”고 답해 담배값 인상 논쟁이 다시 불었붙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는 최근 ‘합리적인 담뱃세 부과와 관련법률 개정(안)’을 주제로 포럼까지 개최했다. 애연가인 보수논객 전원책 변호사는 “담배값 인상은 서민 흡연자를 대상으로 국가가 ‘삥’을 뜯는 것”이란 과격한 표현까지 했지만 여러 상황들이 담배값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최근 대형유통업체에서는 ‘반값 홍삼’ 전쟁이 치열하다. 11월에 15만원 정도인 정관장 홍삼 제품에 비해 훨씬 싼 9만원대의 홍삼제품을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내놓자마자 다 팔렸다. 그동안 비교적 높은 가격때문에 홍삼을 구경만 했던 이들이 품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 반값 홍삼을 구입했다. 문득 “홍삼을 저 가격에도 팔 수 있는데 정관장 홍삼제품은 왜 비싼가”가 궁금해졌다. 담배와 홍삼을 모두 책임지는 KT&G의 민영진 사장을 만났다.

담배값은 인상할 예정인가. 또 담배값은 누가 정하나.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지금 논의되는 것은 담배값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이 맞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에서 담배 가격 인상을 논하는 것은 담배값에 포함된 담배소비세, 국민건강증진기금, 지방교육세, 폐기물부담금 등 각종 세금 때문이다. 가장 역동적인 세금인 담뱃세에 국민과 정부가 모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담배는 정부의 공공재적 물건이 아니므로 가격 결정은 당연히 담배제조업체에서 한다. 아직도 KT&G를 국영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 전매청과 담배인삼공사를 거쳐 2002년 12월에 정부 지분매각이 완료되었고, 현재는 완전 민영화된 기업이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KT&G 민영진 사장 “정부 담뱃값 인상 논의 세수 늘리려는 것”

지난 8년간 안 올랐던 담배값이 왜 요즘 인상논란이 뜨거운가.
“외국에 비해 국산 담배값이 워낙 싸고 정부도 물가연동제를 고려해 적절하게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담배값에 각종 세금이 포함되어 있으니 담배값 인상이 세수 증진에 가장 효과적이란 이유도 있을게다. 담뱃세를 1000원 인상하면 세입이 2·8조 증가 효과를 거둔다는 국회예산처의 연구조사도 있다.

하지만 담배의 주소비층이 서민들인데 서민 흡연자들이 구입해서 낸 세금이나 기금이 정작 비흡연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금연구역, 금연빌딩 등이 늘어나 흡연자가 설 곳도 없다. 현재 국내 흡연자는 40% 정도인데 60%로 다수인 비흡연자가 소수를 핍박한다는 의견도 있다. 담뱃세가 인상되면 흡연율이 낮아 진다는 조사가 있지만 이에 따라 담배 구입이 줄어들면 결국 국가가 담배로 벌어들이는 세금이 줄어드는게 아닌가. 담뱃세 인상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담뱃세 인상은 세금만이 아니라 금연 확대를 위해서라는 의견도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담배값이 9000원 정도면 담배를 끊겠다고 한다.
“캐나다의 경우 갑자기 담뱃세를 많이 올렸더니 그해 수요는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 다음해부터 기존 수요 회복후 자연추세선으로 하락했다. 초기엔 결연한 금연의지를 갖게할 명분이 되겠지만 결국 생각만큼 큰 금연효과는 못거두는 것 같다. 또 고소득자들은 건강이나 사업상 이유로 담배를 끊을 기회가 많지만 서민노동자들은 담배가 하루의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인데 갑자기 담뱃세를 많이 올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

담뱃세가 모두에게 적용된다해도 소득에 따라 지출되는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지 않은가. 월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한달에 담배값으로 10만원을 쓴다고 한다면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의 10%가 될 것이다. 그에 반해 1000만원을 버는 상위 계층의 경우 담배 값으로 10만원이 나간다면 1%밖에 안된다. 담뱃세를 갑자기 많이 올리면 결국 서민만 고통스러워진다.”

예전에는 소위 양담배를 피우는 것이 멋스럽다는 이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국산 담배가 대세다. 다른나라에선 드문 경우다. 국산 담배가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한국인들의 애국심 덕분인가.
“1988년 국내담배시장 개방이후 지금까지 외국계 담배회사들을 압도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KT&G가 국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전략 덕분이다.

세계담배시장은 필립모리스(PMI),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제이티(JTI), 임페리얼토바코(ITG) 등 소위 세계 담배산업계의 Big4가 중국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담배시장의 약 71%를 차지하여 사실상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KT&G는 이들 거대 다국적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계담배시장 진출을 확대하여 매년 높은 해외 매출 성장을 지속해온 결과, 현재는 글로벌 5위의 담배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기존 제품을 수입·판매했던 외국계 담배회사들과 달리 끊임없는 시장탐색을 통해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했다. 2000년대 초반 웰빙트렌드를 적시에 포착, 초저타르 대표브랜드인 ‘더원’을 출시하였고, 기존의 ‘에쎄’를 새롭게 단장하여 전세계 시장에서 초슬림 1위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물론 외국계 담배회사는 이보다 먼저 초저타르·초슬림 제품을 들여왔으나 한국시장에 맞게 제품을 개선해 나가는데는 소홀했다. 애국심도 있지만 단언컨데 품질력 덕분이다.”

품질유지는 어떻게 하나.
“상생의 결과다. 연초농가 등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상생협력 3대 가이드라인’ 이행을 명문화하고, 납품대금 100% 현금지급과 대금의 조기지급 등 협력업체의 자금압박 해소를 위해 노력해 왔다. 2001년 국산 잎담배 의무 수매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가경제 보호 차원에서 국내산 잎담배를 전량구매하고 있고 각종 농업기술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작물의 생산성 향상과 농가 소득증대에도 힘쓰고 있다. 필터제조사 등 협력업체와도 상생을 강조해 온 덕분에 최고의 품질제품을 만들 수 있다.”

담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엇인가.
“담배를 마약으로 보는 시각이다. 마약은 중독성과 몽환성이 있어야하는데 담배는 끊기도 쉽고 몽환적이지도 않다. 담배가 건강에 나쁜 것은 각종 통계가 입증하지만, 또 반드시 담배를 안피워야 장수하는 것도 아니다. 담배에 수천가지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조그만 크기에 어떻게 수천가지 물질이 모여있을까란 의문도 든다.

간접흡연의 폐해를 강조하는데 솔직히 담배피는 사람 옆에 있는 것보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시내 길거리에 서있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 또다른 오해는 흡연자 비율이다. 현재 국내 흡연자가 40% 정도라고 하는데 실상은 더 낮다. 설문조사할 때 ‘최근 한달 동안에 담배를 피운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어쩌다 술자리에서 한개비 정도 피운 사람도 ‘그렇다’라고 응답하지 않는가.”

[유인경이 만난 사람]KT&G 민영진 사장 “정부 담뱃값 인상 논의 세수 늘리려는 것”

담배를 얼마나 피우나.
“하루 3갑 정도 피운다. 대학생때부터 30년이 넘게 피웠는데 건강검진을 해보니 아직 건강하다. 홍삼을 먹은 덕분인가?”

홍삼 이야기가 나왔으니 최근 대형유통업체에 등장한 반값 홍삼에 대해 묻고 싶다.
“홍삼을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으면 참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6년근 홍삼 제품이라는 것에는 좀 의구심을 갖고 있다.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는 114년의 전통을 가진 기업으로 100% 계약재배를 통해 최상의 효능성분이 들어있는 6년근 수삼을 원료로 해서 최고의 공정을 거쳐 고객이 믿고 안전하게 드실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한다는 자부심과 확신이 있다.

6년근을 고집하는 이유는 보통 삼 씨앗을 뿌려 1년생은 1지 5엽, 즉 가지 하나에 단풍처럼 다섯잎이 된다. 해마다 가지가 하나씩 느는데 6년이 지나면 더이상 가지가 늘지 않아 가장 완숙한 성숙기를 6년으로 친다. 그런데 한국인삼공사에서는 수매할 때 이미 6, 7년전에 영농자금을 미리 지급해 구입하는데 어떻게 그많은 6년근 홍삼을 제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

품질 이전에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이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 아닌가. 왜그리 고가인가.
“수삼 원가보다 제조과정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100% 계약재배한 안전하고 고품질의 6년근 삼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중삼가보다 20%이상 고가로 구매한다. 또한 경작지 선정단계부터 최종 제품 출하시까지 7차례에 걸쳐 260여가지 이상의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를 실시한다.

정부의 안전성검사 항목(68가지)보다 3배 이상 많고 검사기준치도 최대 10배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안전한 최상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혹시나 다른 삼을 심어서 6년근이라고 속이는 것은 아닐까싶어 수시로 경작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건강식품인 홍삼은 안정성과 효능이 우선인데 타사 제품과 가격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제조과정에 돈이 많이 든다고해도 KT&G는 독과점에 엄청난 고수익이다. 병(담배)주고 약(인삼)파는 회사란 비난도 듣는게 사실 아닌가. 이렇게 번 돈을 사회에 어떻게 쓰나
“바른 기업, 깨어있는 기업,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기업이념과 ‘더 좋은 내일을 상상합니다’라는 사회공헌 슬로건을 바탕으로 매년 500억원 규모의 공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KT&G는 사회복지사업, 장학사업, 문화예술사업, 기부봉사의 4개 분야로 공헌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2개의 공익재단인 KT&G복지재단, KT&G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공헌은 경영진이 결정하는 위에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직접 사회공헌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능동적 방식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그와 동일한 금액을 회사가 매칭하여 조성하는 기부금인‘상상펀드’와 임직원이 직접 수혜자를 발굴하여 기부를 추진하는‘기부청원제’를 시행하고있다. 지난 3월 도입된‘기부청원제’를 통해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안타까운 사연의 수혜자 9명을 선정하여 총 5천만원을 지원했다. 전국 문화재 100곳을 해당지역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정해 ‘1부서 1문화재 지킴이’ 활동도 펼쳐나가고 있다.”

전매청 출신으로 사내 승진했지만 거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올초엔 구설수도 심했다.
“CEO가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는 CEO 마케팅에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올초 사장 선임과 맞물려 일부 음해세력들의 각종 악의적 투서가 유포됐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자 자발적으로 국세청에 진실규명을 공문으로 요청했고 성실히 조사에 임해 지난 7월 종결된 국세청 조사결과 비자금 등의 모든 의혹에 대한 혐의가 없음이 확인됐다. 왜곡된 정보와 장기간의 수사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국내 토종기업인 KT&G의 시장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

담배와 홍삼 전쟁에서 살아남을 비책이 있나.
“2014년엔 해외시장의 성장이 최고의 목표다. 우리 회사는 국내 최고가 아니라 글로벌기업으로 나가야한다. 국산 담배와 홍삼, 자회사에서 만든 동인비 등 홍삼화장품 등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현재는 주로 중국·일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구입하지만 중국 현지 판매도 확장할 예정이다. 면세점을 통해서라도 한국 홍삼, 인삼이 좋다는 것을 체험한 이들은 반드시 재구매를 한다. 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와 상생을 통해 최고의 상품을 만들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을 확신한다.”

하루에 담배 3갑을 피우는 민영진 사장은 “담배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을 증진시키는 유일한 기호품인데 너무 비난만 받고 있다”고 담배예찬론을 펼쳤다. KT&G에 최적화된 사장인 것 같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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