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228km 떨어진 서해 최북단 백령도 근해에 잔점박이물범이 살고 있다. 구봉포구에서 뱃길로 10여분 거리의 바위 위와 주변에 잔점박이물범들 무리가 보인다. 이곳은 남과 북이 대치하는 곳으로 긴장감이 느껴진다.
북한의 황해도 산맥이 희미하게 늘어선 앞으로 거대한 참수리호 함정만 임무수행을 위해 떠 있을 뿐이다. 어선들은 보이지 않는 곳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군사지역 주변이기에 잔점박이물범들이 살기에는 평화로운 곳이다. 그들의 영역에서 배를 멈추고 관찰을 하는데 녀석들은 이방인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기도 했다.

북한의 산맥이 희미하게 보이는 마당바위는 잔점박이물범들의 휴식공간이다.
바위에 누워 우렁찬 큰소리를 내는 녀석도 있고, 물속을 들어갔다 나오는 등 주변을 맴도는 녀석들도 있다.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에서 잔점박이물범은 포식자답지 않게 표정이 온순하고 귀엽게만 보인다.

썰물로 솟아오른 바위도 잔점박이물범들에게는 좋은 휴식처다.
많은 무리가 함께 햇볕을 쬐며 휴식을 취하다보니 바위가 협소해 보였다. 몸길이 1.4m, 몸무게 90㎏까지 성장하는 잔점박이물범들은 우리나라 근해 곳곳에서 한두 마리씩 활동하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많은 무리들이 한 곳에서 서식하는 곳은 백령도뿐이다. 이전에 이곳에선 많게는 300여 마리까지 잔점박이물범들이 발견되었지만 해가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잔점박이물범이 다가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봄에 백령도에 찾아온 이들은 여름을 나고 겨울이 오기 전 번식을 위해 떠난다. 중국의 보하이해(발해)의 랴오둥만(요동만) 등 유빙이 떠다니는 곳으로 돌아가 새끼를 낳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잔점박이물범을 천연기념물 제331호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이재흥<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