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회사의 평양 팬티 폭격, 성공한 것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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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동료 시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드디어 작전을 개시합니다….”

지난 10월 초, 스웨덴의 한 속옷회사가 내건 동영상 스팟 광고다. 대형 수송기가 이륙하고, 어느 한 도시의 상공에 도달한다. 수송기의 뒷문이 열리고 낙하산이 투하된다. 속옷만 입은 남녀가 낙하산에 타고 있다. 무슨 쿠데타 성명처럼 들리는 광고멘트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대량유혹(mass seduction)의 무기를 전개할 것입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비외른 보리’(Bjorn Borg). 스웨덴 속옷 회사다. 그 ‘대량유혹의 무기’, 즉 속옷을 투하할 곳은 10월 한 달간 온라인 투표로 진행한다는 공표가 있었다. 10월 초반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런데 반전. 한 짓궂은 누리꾼의 제안으로 ‘평양’이 지목되었다. 

스웨덴 속옷회사가 전개했던 ‘대량유혹의 무기’ 폭격 캠페인 사진. 평양이 최종적으로 지목되자 회사 측은 블로그 인증을 통해 450벌의 팬티를 뿌리고 왔다고 주장했다. | Bjorn Borg

스웨덴 속옷회사가 전개했던 ‘대량유혹의 무기’ 폭격 캠페인 사진. 평양이 최종적으로 지목되자 회사 측은 블로그 인증을 통해 450벌의 팬티를 뿌리고 왔다고 주장했다. | Bjorn Borg

평양의 인기는 치솟았다. 한국 누리꾼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 여론이 일었다. “평양에 비행기를 띄우면 대공포를 맞을 텐데?” 10월 9일, 기자는 이 회사의 홍보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 만약 평양으로 결정된다면 어떻게 ‘대량유혹의 무기’를 평양 상공에 뿌릴 것인가 문의했다.

이튿날, 홍보담당자로부터 답 메일이 왔다. “10월 30일이 되면 지구상에서 어떤 곳이 섹슈얼 콜드 스팟(sexual cold spot·번역하기 난감하다)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거기가 평양이라면 우리는 그곳에 팬티를 투하할 겁니다.” 그런데 물어본 것은 그 ‘방법’이 뭐냐는 거 아니었나. 두 차례에 걸쳐 다시 ‘구체적 방법’을 문의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어쨌든 대망의 투표 종료일. 평양이 받은 표수는 2만7621표. 2위 스웨덴 찰머스 기술대학(1041표)과 3위 스웨덴 좌파 당사(319표)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표차였다. 10여일간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반전. “평양에 450벌의 대량유혹의 무기를 살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회사 블로그에 그 전말이 공개되었다. 이 팀의 한 ‘용감한 영혼의 소유자’(실명은 밝히지 않았다)가 해당 작전을 수행했다. 블로그에는 총 10일에 걸친 ‘팬티 원정대의 일지’가 자세히 올라왔다.

인증사진을 보면 이 ‘용감한 영혼의 소유자’는 살짝 얼어 있었던 것 같다. 소심하게도 호텔 침대에, 복도 로비에 살짝 보랏빛 팬티를 내려놓고 인증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것은 애초 동영상에 나온 ‘낙하산을 타고 대량투하’ 작전계획과는 다르지 않나. 

그는 “자신의 선물(‘팬티’)을 전했지만, 아무도 인증사진을 찍으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9일째. 호텔 밖 짙은 안개가 낀 틈을 타 호텔 유리창 너머로 팬티 한 장을 투척했고, 증거사진을 남겼다. 게시물 맨 밑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에 도장까지 찍었다. ‘임무수행 완료! Mission Accomplished.’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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