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 편의점 인증 사건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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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빼빼로데이’인 11월 11일, 또 하나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발 사건이 누리꾼들의 화제에 올랐다. 인터넷 속어로 ‘편돌이’, 즉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일베 사용자가 편의점 택배에 맡겨진 빼빼로 박스와 사랑 고백을 담은 여학생의 편지 내용을 일베 게시판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 여학생이 맡겨놓은 택배 물품, 초코바를 먹는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현재 이 게시물은 일베 게시판에 남아 있지 않다. 사진과 과거 그가 남긴 게시물 등을 추적해 이 편돌이의 ‘신상’을 턴 게시물이라든가, 실명이 공개된 빼빼로 박스의 주인공 남녀들을 추적하는 글 역시 삭제된 상태.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 ‘편돌이 빼빼로 절취사건’은 고스란히 캡처되어 여러 대형 커뮤니티를 돌고 있다. 누리꾼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판매대 배치 등을 근거로 이 편의점이 CU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다른 이의 빼빼로데이 선물과 편지를 공개해 지탄을 받았다. | 일베저장소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다른 이의 빼빼로데이 선물과 편지를 공개해 지탄을 받았다. | 일베저장소

CU 편의점은 BGF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다. BGF리테일 측은 해당 택배가 실제로 발송되었기 때문에 바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사실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우리 쪽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사건이기 때문에 스태프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 다른 재발 방지책은 없다”며 “현재 사건의 당사자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가해자 쪽과 피해자 부모 측이 계속 협의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도 전했다. 누리꾼의 추적 전에 게시판에 올린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연애편지의 주인공이 자신이 맡긴 택배에 손댄 것을 발견해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박스에 다시 물품을 채우러 왔다가 내용물 중 일부를 절취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절취해 취식한 것은 인정해 사과했지만 편지와 함께 사진을 찍어 실명을 포함해 인터넷에 유포한 것은 말을 안 해 결국 문제가 됐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인 처벌은 어떻게 될까. BGF리테일 관계자의 말. “사실 사건 발생 시점은 100% 맡겨진 시점이 아니었습니다. 즉 발송되고 나서 생긴 문제가 아니니 편의점 택배 발송과 관련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편지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은… 사실 가해자가 이런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겠죠.”

법무법인 한강의 이성민 변호사는 “만약 소포상자가 봉해져 있었다면 형법상 비밀침해죄가 적용되겠지만, 봉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내용을 공개한 것이니 남는 문제는 인터넷에 다른 사람의 사적인 편지를 올린 행위 즉,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문제인데, 이 법률상 명예훼손 등은 당사자 고발이 있어야만 사건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즉 CU 측의 설명대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원만한 합의를 했다면 처벌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시판에서 유명세를 얻기 위해 사진을 올렸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큰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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