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대안적 공동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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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대안적 공동체를 찾아서

<나우토피아> 
존 조던, 이자벨 프레모 지음·이민주 옮김·아름다운사람들·2만9000원

2007년 금융위기가 시작됐을 때, 지은이 이자벨 프레모와 존 조던은 유토피아 공동체를 찾아 유럽을 여행한다. 날이 갈수록 폐해가 심해지는 자본주의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이상향을 찾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완벽하지 않고 종종 어렵기도 하지만 대안적 삶을 실험하는 이들 공동체를 통해 다른 삶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11개 대안적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찾아간 곳은 혁명 이후의 성역이나 이상주의적 이데올로기에 경직된 공간도 아니다. 그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금 실현 가능한 실천의 태도가 민활하게 작동하는 곳이다. 

불완전한 천국이지만, 지금 여기서 천국을 실현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나우토피아’(Nowtopias)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다.

랜드매터스, 파이데이아 무정부주의 학교, 제그, 칸 마스데우, 즈레냐닌, 롱고 마이, 마리날레다 등은 유럽을 횡단하며 지은이들이 발견한 나우토피아들이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남긴 그늘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험한다.

스페인의 ‘마리날레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안정한 비정규 농업 근로자들의 불복종이 역사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준다. 

땅을 소유하지 못해 1980년 신부와 경찰에 의해 도시 밖으로 추방된 3000명의 주민들은 무려 17만㏊나 소유하고 있던 그 지역의 공작으로부터 1200㏊의 땅을 소유하기 위해 파업, 단식투쟁, 도로점거를 강행한다. 결국 공작의 땅을 수용해낸 이들은 거기에 공장을 짓고 월 15유로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구축한다.

이들의 불복종 운동과 공동체 실험으로 유럽에서 가장 황량한 곳 중 하나였던 마리날레다는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진화하였다. 

이 도시의 슬로건은 ‘마리날레다-평화를 향해 가는 유토피아-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슬로건이 허망한 구호로 들리지 않는 것은 이들이 말하는 ‘다른 세상’이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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