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법 테두리 밖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https://img.khan.co.kr/newsmaker/1050/AR_80_1.jpg)
<사장님도 아니야 노동자도 아니야>
이병훈 외 지음·창비·1만5000원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르포르타주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를 비롯한 4명의 연구자와 박진희 노동전문 사진가가 화물트레일러 기사, 학습지 교사, 프랜차이즈 헤어숍 디자이너, 채권추심원 등 11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 책이 만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도급계약을 맺고, 월급 대신 실적제 수당을 받는 노동자다. 개인사업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은 물론 4대 보험이나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련법의 보호에서 완벽하게 배제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시와 통제에 따라 일해야 한다. 문서상으로는 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갑’인 사용자가 있고, 이들에게 종속된 ‘을 중의 을’이 특수고용노동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다.
비정규직 상황을 파악한 통계청의 2013년 3월 조사는 특수고용노동자 수가 약 55만7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1%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다른 실태조사는 이보다 두 배는 많다. 2010년 7개 업종을 기준으로 특수고용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약 1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가 2012년 발간한 정책자료는 39개 직종에 무려 250만명이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특수고용 형태의 직업들이 날로 확대되고 종사자 수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공식 통계에 파악되지 않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이처럼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특수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 드러난 이들의 현실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세대를 막론하고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수는 100명 중의 14명을 넘어 일반적인 고용의 형태가 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자와 연구자들이 하나같이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노동정책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