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2년

“남은 임기 8개월 하루하루 아쉬워요”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박원순 시장, “지난 2년 신나게 일했고 많은 변화 가져왔어요”

그는 바빴다. 인터뷰를 하던 날 일정은 오전 7시 50분 조찬모임부터 저녁 9시까지였다. 하루에 소화하는 일정만 약 10개에서 15개 정도 된다. 각종 행사와 강연을 통해 수천명의 ‘서울시민’들을 매주 만난다. 박원순 서울시장.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그가 서울시장이 되기 전 열린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참여연대에서 그는 일을 만들어 하신 양반이다. 이제 서울시에 들어가면 공무원들을 얼마나 괴롭힐지 눈에 안 봐도 선하다.”

얼마 전에 출간한 대담집 <정치의 즐거움>을 읽었습니다. 이 책 이전에도 종종 하신 말씀인데, “과로사하는 게 꿈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 그건 이전에 아름다운가게를 할 때 농담으로 한 말입니다. 나중에 나이 들어 병원에 실려가서 몇 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으면 힘들 거라는 뜻에서 말한 겁니다. 일하다 쓰러져서 세상을 떠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인생을 전투에 비유하면 전투 중 사망하는 것이 군인으로서는 최고 영예가 아닐까요.”

그게 꼭 좋은 것일까요. 요즘 경영이론에서 화두가 되는 것이 WLB, 그러니까 일과 생활의 균형(Work & Life Balance)입니다.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자는 겁니다. 지난 대선 민주당 경선 때 손학규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왔는데, 반향이 컸거든요. 거꾸로 시장님이 너무 바쁘다 보니 서울시 직원들은 못쉰다,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과거보다는 훨씬 더 많이 쉬지 않나요.”

[특집|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2년]“남은 임기 8개월  하루하루 아쉬워요”

그런가요.
“왜냐하면, 지금 서울시는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을 ‘가정의 날’이라고 해서 저녁 7시엔 불을 꺼버립니다. 둘째로는 제가 팀별로 자기들끼리 어떻게 팀을 맺든 300개 팀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낭여행을 가게 합니다. 샌드위치 휴가 때도 중간에 나오지 말고 다 쉬라고 합니다. 외국으로 출장을 가도 거기서부터 끊어서 휴가를 보내고 오라고도 해요.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다음으로 무조건 10%까지 유연근무와 재택근무를 늘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마트워크 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지난 6개월 동안 약 7명을 아예 업무에서 해방시켰어요. 그분들에게 지금 서울시가 어떻게 하면 그런 근무조건으로 갈 수 있는지 연구해서 보고서를 써오라고 했습니다. 일을 할 때는 일을 하고, 쉴 때는 화끈하게 쉬라는 게 제 입장입니다.”

시장님은 그렇게 못하시죠.
“아, 저는 화끈하게 만날 일하죠.(웃음) 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쉬어요. 금요일 밤 10시에 일을 마치고 차 타고 지리산 중산리에 간 적 있습니다. 새벽 2시에 도착해서 산에 올라 새벽에 동트는 것을 보고 토요일에 올라왔습니다.”

한 번 간 거예요, 그건?
“예. 그리고 북한산 둘레길 72㎞를 제가 완전히 돌았습니다. 지금 서울을 여러 형태로 돌고 있어요. 헬리콥터로도 돌아봤고, 배로 한강도 둘러봤습니다. 자전거로도 돌았고, 걸어서도 했고요. 그 다음에 열기구로 도는 것은 안 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2년이 되니까 어느 지점을 면밀히 보고 싶은 곳이 있더라고요. 밑에서 보면 한계가 있으니.”

박 시장은 “내 욕심껏 일하면 서울시 공무원들이 정말로 병원에 실려갈 것”이라며 “이제는 많이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저녁 약속을 마친 뒤 바로 귀가해 ‘드라마’도 열심히 챙겨본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취임 2주년 소감을 물었다.

당선되고 난 다음날 바로 새벽부터 청소차를 타고 쓰레기 치우는 일부터 하셨어요. 그때 사람들이 걱정했어요. 저 사람 저러다 쓰러지는 것 아니냐. 지금도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면 건강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장이 시민들을 걱정해야 하는데, 시민들이 시장의 건강을 걱정하시니까 죄송한 마음이 들기는 합니다. 글쎄요. 2년이라는 게 어찌 보면 짧고 어찌 보면 긴 세월인데, 저는 신나게 일했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어요. (기자의 뒤쪽을 가리키며) 저기 보면 그동안 해왔던 일을 전부 주제별 파일로 담아놨습니다. 저런 수많은 프로젝트를 꼼꼼히 챙기면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게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시민들이 다 알아주시면 좋은데, 못알아주더라도 제 스스로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2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집|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2년]“남은 임기 8개월  하루하루 아쉬워요”

뉴타운이나 세빛둥둥섬이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같은 전임 시장의 정책들 ‘설거지’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제 철학이 지나가는 것을 탓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겁니다. 오히려 저는 우리에게 닥치는 어려움, 주어진 숙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도 말합니다. 위기가 아니고 기회라는 생각을 해요. 물론 이미 주어진 조건을 평가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느니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시청사를 두고도 논란이 많잖아요.”

지금까지 유리로 마감한 외벽이나 주위 경관과의 조화 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죠.
“만들어진 것을 뜯어낼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걸 어떻게 잘 이용하느냐가 중요해요. 투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시민들이 잘 쓸 수 있게 해야지요. 현재 시민들에게 개방된 공간이 38%이고, 지하는 시민청으로 만들어서 언제든지 와서 결혼식을 하고 세미나도 하고 잔치도 열 수 있도록 개방했습니다.

현재까지 100만명이 다녀갔어요. 최근엔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이게 ‘쓰나미’ 같다는 지적이 많잖아요. 우리가 ‘혁신과 창조의 쓰나미 본부’, 그런 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5000억원, 세빛둥둥섬에도 1200억원이 들어갔는데, 그걸 말끔하게 정리해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는 아시아 창조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처음에는 200억원 정도 매년 운행비를 내게 되어 있는데 그걸 우리 디자인재단 대표님하고 정책을 갈무리해서 자주적 조직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도 만약 30년 동안 다 지불했으면 3조2000억원을 더 냈을 겁니다. 협상을 다시 해서 그 돈을 아끼게 되었죠.”

심야버스 정책은 평가가 좋은 편입니다.
“심야버스는 추가적인 비용이 안 들어갑니다. 그냥 버스기사 분들의 월급만 추가하면 사실 가능한 일이죠. 더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고, 해당 부서에서 낸 거예요. 시장이 만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라고 해서 하는 것은 의미가 없잖아요.”

반면 경전철 노선 발표는 잡음이 계속 일어났고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조용해지지 않았나요. 자세히 설명을 들으시면 대부분 이해합니다. 이건 철학과 도시의 미래를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선진국의 모든 도시에서 한 도시의 교통분담률이 대중교통이 더 많을수록 좋고요, 그 중에 도시철도 분담률이 최고인 도시가 선진도시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우리가 목표를 삼는 다른 나라의 선진도시들에 비하면 도시철도 비율이 훨씬 낮습니다. 상대적으로 시민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서울시가 제일 높고요.”

그런가요.
“그건 왜 그러냐, 보세요. 강남에서 시청까지 오는 데 40분이 걸립니다. 중간에 갈아타거나 2호선을 타고 빙 돌아야 하잖아요. 반면 자동차로 안 막히면 20~30분이 걸립니다. 그러면 누가 지하철을 타겠습니까. 그러니 이 직통라인을 만들어야지요. 다음으로 서울의 38%가 교통 소외지역입니다. 우리가 간선은 있거든요. 그러면 간선을 연결해주는 거죠. 강북권·서남권을 중심으로.”

최근에 낸 대담집의 제목이 <정치의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실제로 시장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정의 즐거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거꾸로 정치라고 한다면 되기 위한 과정도 포함되잖아요. 이를테면 선거에서 득표를 위한 활동, 그것도 즐겁나요.
“실제 제가 서울시장으로서는 행정이 거의 90~99%입니다. 열심히 행정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고요. 정치하시는 분도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얼굴 찡그리고 싸우지 말고 즐겁게, 자기 일만 해도 할 일이 많은데 왜 남 탓 하면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2년 전 재·보궐선거를 돌이켜보면 시장님이 인사하는 것을 어색해하셔서 박영선, 손학규 같은 분들이 ‘이렇게 하는 거예요’하고 코치하지 않았습니까.
“악수는 지금도 어색해요. 길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데 말 붙이는 건 어색한 일이죠.”

그것도 즐거운 일입니까.
“즐겁게 해야지요.”

송호창 의원이 안철수 신당을 만들면 민주당을 탈당해 같이 하자고 시장님에게 제안한 것이 이슈가 되었어요.
“내년까지 내 임기가 2년 8개월인데, 하루하루 아깝고 아쉬워요. 아직도 제 임기가 8개월 남았는데 그때 이야기는 그때 가서 하면 좋고요, 지금은 시장 일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지난 4월 인터뷰에서는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겠다고 하셨는데요.
“아니 뭐, 제가 민주당 당원인데 그걸 좀 어려워졌다고 제가 그만두기는 힘들지 않나요.”

집무실에 100년 달력을 걸어놓고 있어요. 이전에도 답은 안 하셨는데, 10년 후 그러니까 2023년 10월에 서울시와 대한민국, 그리고 박 시장님 개인의 모습은 어떨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보다 훨씬 잘되어 있겠죠. 왜냐하면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논란과 논의의 결과가 쌓여 있을 테니까요. 우리 사회가 일본이나 중국, 이런 아시아 국가나 유럽 나라들에 비해 훨씬 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시장님 개인은 어떨까요.
“저도 뭔가 좋은 일이 많지 않을까요. 하하.”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