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특별법 동시 발의 등 복원 위한 움직임 본격화
해체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 “결과 봐가면서” 시각차
지난 10월 10일 야당 의원 3명(민주당 장하나·홍영표, 정의당 심상정)은 4대강을 사업 이전처럼 복원하자는 취지의 특별법을 동시에 발의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역시 비슷한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총체적 부실과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차원을 넘어 4대강 복원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재 특별법안의 모체가 되는 것은 2011년 6월 강기갑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가 무산된 4대강 복원 특별법이다.
인공구조물 부숴 물길 열어줘야
강기갑 특별법의 요지는 대통령 산하에 4대강 사업을 검증하고 복원 방법을 논의할 위원회를 두고, 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보 등 4대강 전역에 설치된 인공구조물을 6개월 내에 해체하자는 것이다. 야당 의원 3명의 특별법안도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그 근본 목적은 강기갑 특별법과 다르지 않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 이후녹조현상이 심각해졌다고 보고 있다.지난 6월 낙동강 합천보 인근황강 합류지역의 모습. | 낙동강복원 부산시민운동본부
장하나 의원의 경우 4대강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26일 국회에서 ‘4대강 재자연화 특별법 제정’ 토론회를 열었다. 당시 토론회에서 장 의원은 “부실·부패·비리, 그리고 파괴로 생명을 잃어가는 강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길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자연화밖에 답이 없다”며 “이젠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4대강 복원 논의가 정치권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창근 관동대 토목과 교수는 4대강 재자연화의 핵심 과제로 4대강 보 해체를 들고 있다. 녹조라떼나 생태계 변화 등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야기시킨 주범이 4대강 보인 만큼 이것을 먼저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4대강 사업 반대론자인 박 교수는 강기갑 특별법 당시 보 해체 비용을 추계한 바 있다.
보를 해체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다.
강기갑 특별법은 위원회에서 해체 결정이 내려진 이후 6개월 이내에 16개 보를 모두 철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장하나 특별법안과 홍영표 특별법안도 마찬가지다. 심상정 특별법안의 경우 인공구조물 철거 시한을 1년으로 잡았다. 다른 법안과 달리 4대강 사업 이전에 설치된 인공구조물에 대해서도 심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박창근 교수는 보를 한꺼번에 철거하기보다는 단계적인 방식으로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4대강 보를 한꺼번에 폭파하면 속은 시원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고려해보면 일단 한두 개를 철거하고 그 결과를 모니터링한 뒤 향후 복원을 진행하는 단계적 방식이 맞다”며 “4대강 검증위원회가 설치되면 보를 모두 철거하자는 의견뿐만 아니라 기능개선을 통해 계속 사용하자는 의견까지 모두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이 대구 달성보 인근의 측방침식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그렇다면 4대강 복원에 소요되는 경비는 얼마나 될까. 2011년 강기갑 특별법안은 보 철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당시 비용추계를 담당한 박 교수는 토목기술자 몇 명과 함께 일주일간 합천보 해체비용을 계산했다. 계산 결과 합천보 철거비용은 약 218억7100만원으로 나왔다. 같은 방법으로 16개 보 철거비용을 추산해보니 전체 비용은 약 3942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건설 때보다 해체 때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현재 4대강 보 1년 유지비도 안 될 정도의 비용”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4대강 특별법안은 2011년 강기갑 법안과 달리 구체적인 비용 추계를 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특별법상 위원회에서 복원 방법이 결정돼야 비용을 추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와 더불어 여러 차례 환경단체들과 4대강 현장검증에 나선 바 있는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생태학 박사) 역시 단계적인 방식으로 4대강 보를 철거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김 소장은 우선 보의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며 “보의 존재 때문에 4대강은 사실상 하천이 됐다. 보의 기능을 정지시켜 강물의 흐름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고 나서 한두 군데의 보를 철거해 그 결과를 보고 향후 복원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체비용 1년 유지비보다 적게 들어”
4대강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복원이 추진되고 있는 건 아닐까. 김 소장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 상황에서 복원을 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2011년 4월 경남 창녕군 낙동강18공구에서 함안보 공사가 진행중이다. 수자원공사는 올해 10월 17일 함안보 등 3건의 공사에 참여한 10개 건설사에 대해 4개월에서 15개월동안 공공공사 입찰제한 조치를 내렸다. | 연합뉴스
4대강 보가 세워진 이후 강의 수위가 6m로 깊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지하수 수위가 높아져 4대강 인근 농민들이 농사를 망치는 사례들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역으로 4대강 보 철거로 강 수위가 갑자기 낮아질 경우 예상치 못한 환경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 소장은 “위원회를 통해 4대강 복원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을 바로잡는다고 급하게 인위적인 방식으로 복원해선 안 된다. 보를 철거한 다음에는 자연의 힘으로 강이 제 모습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환경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4대강 복원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 4대강 찬성론자로 알려진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현재의 4대강 복원 논의가 지나치게 성급하다며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향후 몇 년은 더 지켜본 뒤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하천공학을 가르쳐온 하천 전문가로, 환경단체들이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중 A급(2등급)으로 분류된 인물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4대강 보가 완공된 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걸 철거하겠다는 것은 상처를 다시 헤집자는 것”이라며 “하천공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최소 4~5년은 더 지켜본 다음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범대위가 9월 2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들에 대한 국민고발운동을 시작했다. | 김영민 기자
조 교수는 그동안 하천을 그대로 놔두기보다는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관리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 그는 “1년 만에 또 강을 건드리는 것은 변화가 지나친 것”이라며 “변화가 지나치면 교란이 된다. 사람의 몸에 상처가 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듯,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복원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진짜 복원”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도 4대강 비판론자들의 입장을 모두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4대강에 16개의 보가 들어서면서 유속이 느려졌고, 이것이 대규모 녹조현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4대강 녹조의 위험성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유속이 느려진 것이 4대강 녹조현상을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그는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토목공학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4대강 사업이 7~8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진행됐더라면 지금처럼 많은 비판을 받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야당 정치인들도 사실 전문가들이 아니다. 4대강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세금만 낭비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3건의 4대강 특별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비슷한 취지의 법안들인 만큼 심사과정에서 1개의 법안으로 병합될 것이다. 3명 의원실 관계자들은 큰 틀에서는 같은 목표를 둔 법안들이기 때문에 법안 병합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4대강 찬성론자들 “너무 성급” 주장
한편 지난해 11월 토론회에서 4대강 특별법의 초안을 발표하기도 한 4대강 범대위 김영희 변호사는 “내가 발표한 초안도 그렇지만 현재 4대강 특별법안은 모두 강 복원과 재자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가능하다면 4대강 사업 책임자들에 대한 진상조사가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환경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온 김 변호사는 4대강 사업, 핵발전소 관련 소송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김 변호사는 “관련자에 대한 책임추궁은 단순한 감정적 보복이 아니다”라며 “잘못된 사업을 사후적으로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향후에도 대형 국책사업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패가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4대강 관련자 처벌에 대해선 시민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수 소장은 현재 법안에 4대강 사업 관련자 처벌 등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특별법안에 너무 많은 요구사항을 넣는 것도 문제지만, 법안이 아예 통과되지 않고 묻혀버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도 국회선진화법의 존재를 거론하며 “새누리당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적 합의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대강 사업 관련자 처벌 규정이 포함될 경우 새누리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고, 국회 통과도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