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4대강 특위, 대통령 결심 필요”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보수적 환경주의자’ 이상돈 전 중앙대 법대 교수의 위치는 독특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는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이 일을 맡기 전부터 ‘보수주의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 새누리당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자 참여해 위원을 맡았다. 대선 때는 선대위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역임했다.

“4대강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졌다. 궁금했다. 이 전 교수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볼까. 마침, 기자가 인터뷰하기 이틀 전 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이라면 탄핵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17일 <경향신문>에서 이 전 교수를 만났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 취재를 했습니다. 언론 보도야 김영호 사무총장이 “MB 책임이 있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벌어진 공방 중심이었지만, 많은 자료가 쏟아졌어요. 이를테면 4대강 건설사 담합과 관련, 나눠먹기에 불만을 가진 한 건설사의 반발이 있자, 2009년 6월 29일 새벽에 주요 토목회사들이 호텔에 모여 담합 백지화 논의를 했다는 것도 있더군요.
“아, 그런 것까지 국감에서 나왔어요. 아주 막장이었다는 게 드러났네요.”

[표지이야기]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4대강 특위, 대통령 결심 필요”

또 하나, 이런 것도 있어요. 처음 MB가 한반도 대운하를 한다고 했을 때는 민자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민세금으로 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촛불시위를 핑계로 4대강 살리기로 바꾸겠다면서, 슬며시 제정사업으로 바꾼 겁니다. 다시 말해 국민 세금으로 하게 된 것인데요.
“제가 두 달 전 경향 칼럼을 통해 지적했던 겁니다. 상식적인 문제제기가 가능해요. 4대강 살리기는 운하보다 공정이 적습니다. 원래 몇 조가 남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사업이 진행될 때도 저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언론들이 침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애초의 균형위 안은 1~2m로 하는 것이었는데, MB가 더 깊게 파라고 고집했다는 것도 나왔어요.
“저는 MB 혼자 그렇게 주장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재오 의원도 계속 운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부길이나 곽승준도 대운하팀에 있었잖아요.”

어쨌든 그때 정재용 행정관, 그리고 안시권 총괄팀장, 이런 사람들이 감사원 조사를 받으면서 이야기한 내용이 그렇습니다. 그게 이번에 공개된 것이고요. 4대강 본부장을 했던 김희국 의원의 문답내용도 공개되었습니다.
“수자원 국장을 했던 노○○가 6m까지 굴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다가 밀려났다는 이야기가 파다했어요. 저는 노○○를 압니다. 중앙하천위원회 위원을 같이했기 때문에 나도 그 바닥을 잘 압니다.”

그 다음에 4대강사업추진단이 4m안을 들고 갔대요. 그런데 그것도 또 MB가 안 된다고 한 것이에요. 물그릇이 중요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하니 6m를 굴착해야 한다고….
“그래서 준비한 게 역으로 계산해서 물을 얼마를 담을 것이 아니라, 6m 굴착으로 거꾸로 계산해보니 얼마가 나오더라는 거예요. 그게 4대강 마스터플랜을 총괄한 김○○의 말입니다. 추가로 물이 얼마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심 6m로 파면 그 물의 양이 나온다고.”

그런데 사실 앞에 거론된 사람들은 MB 정권 당시 4대강 취재하면서 다 통화해봤던 사람들이거든요. 당시에는 “봐라, 이게 왜 운하냐. 4대강 사업인데”라고 반박하던데, 감사원 조사에선 “MB가 운하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위에서 지시하니 우리는 왜 그런지 몰랐다”는 식으로 바뀝니다.
“거론하신 분들 중 아까운 사람도 있어요. 원래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참 많은 사람들이 망가졌어요. 우리가 듣기로는 4대강 사업본부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모 국장의 경우 승진시켜주겠다고 해서 간 걸로 들었습니다.”

최고위직을 맡은 사람의 이야기도 대동소이합니다.
“공무원이 상명하복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원래 부당한 지시는 거부하는 것이 맞는데, 거부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그런 공무원들을 다 면책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현직에서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떠나도록 해야 합니다. 인적쇄신이 필요해요. 이 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내가 다 알던 사람들인데….”

환경단체 대표 하던 교수도 들어갔잖아요.
“사실 학계 문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 수자원학회에 양대 원로가 있습니다. 서울대 총장을 했던 선우중호 교수와 고려대 윤용남 교수예요. 두 사람 인터뷰를 해보세요. 이게(4대강 사업) 과연 잘한 거냐고. 당신들이 학계 원로인데 이렇게 침묵한 것이 잘한 것인지 물어보세요.

제가 보기에 그 두 사람이 안 된다고 했으면 이 사업, 못했어요. 제가 경향신문 9월 칼럼에 쓴 이야기가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였어요. 당시 막을 수 있었다고. 중앙하천위원회에서 막지 못하면 못한다고 생각했고, 최종적으로 수자원학회 학자들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 거기서 무너져버리니 어쩔 수 없더라고요.”

[표지이야기]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4대강 특위, 대통령 결심 필요”

이전에 수자원학회에서 4대강 보고서 낸 것과 관련해 취재를 했는데, 의외로 비판적인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나중에 연락해보니 ‘4대강 관련 용역을 맡아 말할 수 없다’는 분도 있었고.
“그 알량한 연구비 때문에 침묵한 거예요.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찬성한 사람들 말고 침묵한 사람도 문제입니다. 솔직히 일제시대에 살았다고 보통 민초를 다 친일파라고 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을사늑약을 맺을 때 한 소리를 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졌던 사람들이 침묵했다면…. 원로학자들의 침묵, 지난달 칼럼에서 제가 비판한 게 그거였어요. 실명은 안 밝혔지만.”

그런데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MB 입장에서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거짓말한 게 아니라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에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이 반대하면’이라는 조건을 걸었어요. 둘째로 ‘임기 내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국민이 앞으로 찬성하게 된다면’, 그리고 ‘자신의 후임 대통령이 추진한다면’이라고 전제조건을 뒤집으면 대운하 추진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 돼요. 실제로 MB는 임기 말에 4대강 사업 관련자들 모아놓은 자리에서 “내 임기 뒤에 현명한 대통령이 나와서 이제 운하만 만들면 성공”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아니 그러면 현명하지 않은 대통령이 나온 건가. 그러니까 MB는 김문수나 오세훈, 정운찬 중 4대강 사업을 계승해줄 사람을 생각했겠지. 그게 2010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로 끝난 것이고. 청와대로서는 문재인이나 야권이 대통령이 되면 더 큰일이 나니까 하는 수 없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고 뭔가 기대할지는 모르는데, 그것은 전혀 아닙니다.

보세요. 2009년 4대강 예산 날치기 통과를 할 때 박근혜 후보나 홍사덕, 유승민 의원은 기권하고 안 들어갔습니다. 나는 그때 유심히 봤단 말이에요. 그때 친박의 핵심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4대강에 대한 의견을 안 냅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 자체가 2011년 11월에 김호기 교수와 내가 진행한 경향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원칙적 재검토 이야기를 하잖아요.

문재인 후보와 대선토론 과정에서도 그 입장을 재천명했고. 언론 보도도 조금 나왔지만, 제가 비상대책위원회 가니까 한나라당 당사에 있던 커다란 4대강 플래카드를 창고로 치웠다는 것 아닙니까. 저는 확신합니다. 이 상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칼로 두부 자르듯 할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진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4대강 날치기 예산 통과 등에서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거래한 것이 있기 때문에 소위 친이(親李)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4대강 담합사건 등에서도 결국 수사권을 가진 것은 검찰인데, 4대강을 파헤치면 친이·친박을 가리지 않고 연루된 정치권 인사들이 상당히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국 덮어버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4대강은 묻힐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걸릴 수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제가 생각해도 친이가 MB를 두둔하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맞아요. 정치적으로 여야가 극심하게 대립해 있잖아요. 만약 여기서 한 15명 정도만 여권에서 이탈하면 예산이고 뭐고 어려워집니다. 대통령 입장에서 곤란해질 수 있어요. 저는 대통령의 뜻은 자연스럽게 그 진상이 밝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가는 것이 옳고.”

그러다가 실기하는 것 아닙니까. 전직 대통령이 얽힌 문제예요. 어떤 식으로든 제대로 된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일 아닐까요.
“이렇게 논란이 심해지면 대통령이 결심할 필요가 있겠죠. 결론을 내린다기보다도. 4대강 문제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특별위원회 같은 것을 구성하고, 국회에서 입법화되어 조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수사권도 갖고, 기한도 2년 정도 잡아서 이전의 과거사 규명위원회처럼 활동하게 한다든가 그런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할 걸로 봅니다.”

청와대나 이런 쪽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자문 요청 같은 건 없습니까.
“그건 내가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 요즘은 그런 게 없긴 없는데….”

있기는 있었군요.
“나중에 임기 끝나고 저도 회고록 쓰고 돈 좀 법시다. 하하.”

<글·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