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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흐르는 아라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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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6000억 헛사업, 수공 구하겠다고 또 2000억 투입계획

이명박 정부 시절 밀어붙인 사업 중 4대강 사업만큼 부실한 사업이 또 있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이다. 2조6000여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5월 개통한 경인 아라뱃길이 ‘예상대로’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컨테이너와 화물 이용은 당초 계획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여객도 예측치의 30%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금 회수는 요원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는 2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법적 근거도 없이 아라뱃길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아라뱃길을 운영하는 수자원공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또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돈만 문제가 아니다.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다. 경인 아라뱃길은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지고 있다.

지난 6월 아라뱃길의 시작점인 경기 김포시 화물 터미널이 텅 빈채 방치되어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6월 아라뱃길의 시작점인 경기 김포시 화물 터미널이 텅 빈채 방치되어 있다. | 김기남 기자

지난 10월 16일 찾은 경인항 김포터미널은 을씨년스러웠다. 분양을 알리는 안내문만 여기저기 붙어 있을 뿐 터미널은 비어 있었다.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런 광경을 예상했다. 승객들이 북적대고 물류가 정신없이 이동될 것이라는 것은 오직 정부만 갖고 있던 환상에 불과했다.

경인아라뱃길의 실적은 초라하다 못해 참담하다. 수자원공사가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아라뱃길을 통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만6300TEU에 그쳤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당초 예측한 29만4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대)의 8.9%에 불과하다.

화물이용 9%, 여객 예측치 34% 불과
같은 기간 컨테이너를 제외한 일반 화물 처리실적은 더 나쁘다. 지난 1년간 11만9300톤을 처리했는데, 이는 KDI가 당초 예상한 716만2000톤의 1.6%다. 김 의원은 “특히 지난 1년간 경인항 김포터미널을 이용해 옮겨진 컨테이너는 단 한 박스도 없다”며 “경인항 인천·김포터미널에는 각각 9개 선석이 있지만 사실상 부두가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승객들도 아라뱃길을 외면했다. KDI는 59만9000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9만1900명, 그러니까 예측치의 34.3%만 이곳을 찾았다. 편도 요금이 1만6000원으로 비싼 데다 볼거리도 마땅찮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 승객이 없다보니 여객선 운항이 예고없이 중단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용률이 떨어지니 투자금 회수는 더뎌지고 있다. 수공은 경인 아라뱃길을 100% 자부담했다. 공사비 1조4667억원, 보상비 8471억원, 관리비 3621억원 등 모두 2조6759억원을 썼다. 

수공이 4대강 사업 때문에 발행한 공사채 6조7000억원의 3분의 1 규모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현재 회수액은 8727억원으로 회수율은 32.6%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고지원 1800억원을 빼고 나면 실제 회수율은 더 떨어진다.

운영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 재무제표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2012년 항만수입 42억원, 2013년 61억원이지만 갑문 및 주운수로의 연 관리운영비는 2012년 75억원, 2013년 135억원으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나가는 게 더 많다.

재무구조 악화 전망은 자체 컨설팅에서도 확인된다. 2011년 수공이 외부에 의뢰해 작성한 ‘경인 아라뱃길 최적 운영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현재 계획대로 사업이 완료될 경우 경인 아라뱃길의 순현재가치(NPV)는 마이너스 1조5177억원으로 분석됐다.

[표지이야기]혈세 흐르는 아라뱃길

수공 자체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에 빠지자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수공 일병 구하기’에 나섰다. 국토부는 2012년부터 ‘경인 아라뱃길 사업 지원’ 사업을 시행했다. 2015년까지 수공에 투입되는 돈이 5247억원이다. 이 중 3289억원은 국가귀속시설 보상비(주운수로·항만 등)로 쓰인다.

나머지 1958억원은 경인 아라뱃길 주변 경관도로 무료화에 따른 수입손실분이다. 경인 아라뱃길 경관도로는 당초 유료도로로 계획됐다. 하지만 이용률이 떨어지자 ‘국민들의 이용 편의를 높인다’며 무료로 전환했다. 여기서 생긴 손실분을 정부가 나서서 메우겠다는 얘기다. 이 손실분은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수공이 계산한 대로 정산해준 것이어서 향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것은 ‘생태계 교란’이다.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 제출받은 수공의 ‘통합 사후환경영향평가’ 자료를 보면 경인 아라뱃길 건설 이후 수로에 없던 어종이 1년 만에 19종이나 잡혔다. 대표적인 생태계 파괴 어종인 블루길을 비롯해 멸치, 빙어, 아귀, 줄공치, 긴몰개, 보구치, 황줄망둑, 검정망둑, 쥐노래미, 양태, 참서대, 박대, 황복 등이다. 대신 참붕어, 살치 등 민물 어류는 크게 감소했다.

새로 발견된 어류들은 수질오염에 내성이 강한 종들과 해양성어류 및 기수성어류(해수와 담수가 교차돼 염분의 농도가 낮은 물에서 사는 어류)가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뱃길이 완공되면서 수질이 그만큼 악화됐고, 인천갑문으로 해수가 유입되면서 새롭게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운영할수록 적자… 생태계 교란도 심각
어민들은 울상이다. 경인 아라뱃길 인근에서 어민들이 잡아 팔던 상업용 어류가 크게 줄어들었다. 젓새우, 밴댕이, 꽃게 등이 급감했다. 경인북부수산업협동조합이 국감에 제출한 자료를 보자.

경인 아라뱃길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인근 염화수로에서 주로 조업하는 초지어촌계 어선들은 18만8600㎏의 젓새우를 잡았다. 그런데 2010년에는 2007년의 12%인 2만2200㎏, 2011년에는 7%인 1만3200㎏밖에 잡지 못했다. 2012년 2만7200㎏으로 소폭 늘었지만 이는 타 어장에 나가 젓새우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어민들은 밝혔다.

수질 악화는 녹조현상으로 증명됐다. 수공이 지난 4년 동안 녹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클로로필-a의 평균 농도를 조사해 보니 네 곳에서 기준치보다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수도권 매립지 침출수가 스며들고 굴포천의 오염된 물이 유입된 것이 원인이라고 인천시와 수공은 분석했다.

경인 아라뱃길은 건설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경제성 분석을 위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비율)은 조사할 때마다 널뛰기를 했다. 1995년 당시 용역 때는 B/C비율이 1.49로 나왔다. B/C비율이 1이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다. 부대사업까지 추진하는 보완조사에서는 B/C비율이 3.2까지 나왔다.

하지만 2003년 감사원이 KDI에 의뢰했던 경제성 분석에서는 B/C비율이 0.76~0.93으로 나왔다. 노무현 정부는 경인운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2007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실시한 용역에서는 B/C비율이 1.76이 나왔다. 2008년 KDI 분석에도 1.07이 나왔다.

정부와 수공은 경인 아라뱃길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보가 덜 된 만큼 홍보를 강화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수공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지금이라도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을 대폭 수정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정이 빡빡해 마냥 수공을 도와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말은 못하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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