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L코리아
제목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
원제 Kick-Ass 2
감독 제프 와드로
출연 애런 존슨, 클로이 모레츠, 크리스토퍼 민츠 플래스, 짐 캐리
개봉 2013년 10월 17일
관람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2분
시리즈의 3편은 제작될 수 있을까. 한국 관객 앞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킥 애스2>를 본 결론은 ‘위태위태하다’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힛걸 역을 맡은 클로이 모레츠의 ‘역변’이다.
역변은 성장이나 성형 등으로 인한 외모의 변천을 일컫는 누리꾼 용어로 보통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시리즈의 1편, <킥 애스>가 나온 게 2010년이다. 불과 3년 전이다. 전체적으로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기억하는 3년 전의 꼬꼬마가 아니다.
<킥 애스2>는 전편의 연장선에서 출발한다. 아버지 ‘빅대디’가 죽고 난 다음 의붓아버지를 맡은 동료 형사가 힛걸-민디를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끝나는 것이 전편의 마지막 장면이다.
전편에서는 주인공 데이브-킥 애스가 그의 두 친구와 벌이는 좌충우돌 코미디가 스토리 전개의 중심축이었다면, <킥 애스2>에선 민디의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두 친구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렇다고 이야기 전개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 마티는 ‘배틀가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는 영원히!’ 자경단에 동참한다. 친구 토드는 스스로 ‘애스키커’라는 이름을 생각해내는데, 그의 슈퍼히어로 의상을 눈여겨보면 킥 애스의 촌스러운 녹색/노란색 줄무늬 쫄티를 바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름을 만들어낸 원리도 추론해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킥 애스2>는 뭔가 늘어졌고 엉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힛걸’로의 정체성을 버릴 수 없었던 민디가 성장통 끝에 다시 자기의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은 부연조다. <킥 애스2>도 만화 원작이다. 만화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짐 캐리가 맡은 슈퍼캡틴(정확히 말하면 성조단장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Colonel Stars and Stripes)의 짧은 등장과 빠른 퇴장은 다소 의아했다.
‘의아함’은 영화의 보도자료에 나와 있지 않은 사정을 찾아 읽으면서 풀렸다. 지난 6월, 짐 캐리는 이 영화를 더 이상 지원하거나 홍보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사건 한 달 전부터 킥 애스2를 찍었는데, 양심상 도저히 그 수준의 폭력을 옹호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짐 캐리의 언급은 원작 만화가와 특히 힛걸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클로이 모레츠의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8월 영국의 <선>지 온라인판은 “그것은 영화일 뿐이고 가짜(fake)다. 나는 사람들에게 악담을 퍼붓거나 죽이기 위해 배회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발언을 기사화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세태 풍자다. SNS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슈퍼히어로 자경단과 악당들의 대결에서 여전히 중요한 도구다. 뉴욕의 자경단들이 연락하는 수단은 페이스북 메시지이다. 악당 ‘머더퍼커’가 자신의 무자비함을 과시하는 장소는 트위터다. 머더퍼커가 ‘자신이 얼마나 나쁜 놈인가’를 증명하는 수단은 그의 트위터 팔로어 수다.
가상공간의 ‘파워’와 현실세계의 권력을 나누기란 모호해졌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현실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킥 애스는 깨진 유리천장에 매달려 있는 악당 ‘머더퍼커’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건 가상 게임이 아니야. 떨어지면 정말 죽는다고!” 하지만 머더퍼커는 손을 놓는다. 그는 정말 죽었을까.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다음, 그와 관련한 자그마한 에피소드가 덧붙여져 있다.
감독 제프 와드로는 3편 제작의 의지를 밝혔고 우리의 힛걸, 클로이 모레츠 역시 긍정적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 다르게, 3편은 완결편이 될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근거는 감독의 다음과 같은 말이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와 다르게 현실 속의 인간은 다 죽지 않는가.” 1편에서 킥 애스는 “이러다 내가 죽지”라는 말을 수없이 되뇐다. 아마 그 말이 씨가 되는 게 (제작된다면) 3편이 될 모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