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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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이야기

<낭만광대 전성시대> 
오광수 지음·세상의 아침·1만4000원

지은이는 신문사에서 오랫동안 방송·가요·공연 등을 담당하는 기자로 활동해 왔다. 기자생활의 대부분을 ‘딴따라’들과 보냈다는 지은이는 “옛날이 참 좋았다”는 나이 든 사람들의 흔한 회고가 연예계에도 해당된다고 말한다. 지은이가 추억하는 옛날 ‘광대’들은 삶에 대해 열정적이었으며 인간적이었고 낭만적이었다.

당장 쌀독에 쌀이 떨어져도 자신의 일을 사랑했으며, 당장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일단 친구를 만나면 술잔부터 기울일 줄 알았던 그 시대만의 낭만파였다. ‘광대’와 ‘기자’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에는 서로가 그리우면 언제든 소주 한 잔 할 수 있던 사이였는데, 지금은 그 사이가 멀어진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책은 지은이가 사랑하는 ‘옛날 광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에 주로 활동했던 스타들이다. 조용필, 신중현, 윤복희, 김정호, 정윤희 등이 대표적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스타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당시의 시대상황도 함께 녹아 있다.

송창식의 <왜불러>가 금지곡이 된 사연, 읽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아이부터 어른까지 탐독했던 만화책들, 대마초 사건으로 대대적인 숙청의 대상이 됐던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가난하고 엄혹했던 시대상을 알 수 있다.

직업이 기자인 까닭에 연예인들과의 거리도 가까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담겨져 있다. 말술을 마시면서 끊임없이 줄담배를 피워대던 30대 조용필의 모습,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던 코미디언 이주일이 유도선수들에게 납치됐던 사연, 최초로 사생팬을 몰고 다녔던 남진과 나훈아의 라이벌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지은이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삶의 비릿한 내음을 음미했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1960~1980년대 엄혹했던 시기에 정치권력이 한 인간 혹은 한 시대를 어떻게 난도질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대중문화가 우리네 삶의 당의정이나 조미료 역할을 넘어서 시대정신을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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