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한 명 한 명이 촛불 5만개의 힘 그게 원내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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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민주당은 연일 전쟁 중이다. 국정원 정치개입,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와 실종,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사퇴, 기초노령연금 후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등 정국을 뒤흔들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도 민주당은 뭐 하나 제대로 건지는 게 없다.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3자 회동을 해도 별무소득이었다. 김 대표가 노숙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녀도 별 동정도 못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원 시절에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짧게 말했을 때는 정치면 톱기사로 다뤄졌지만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해도 “흉내냈다”는 반응 정도다.

원내외 투쟁 강화방안의 하나로 ‘24시간 비상국회’를 다짐하며 국정감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는 것 같지도 않다. 대체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계획이 있을까.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인 민병두 의원을 만나 민주당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의원 한 명 한 명이 촛불 5만개의 힘 그게 원내투쟁”

‘비상국회’를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실마다 ‘며칠째’란 날짜 표시도 되어 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김한길 대표는 전국 순회 장외투쟁을 더욱 강화하고, 126명의 국회의원들은 원내로 진입해 사실상의 워크숍과 농성을 겸한 24시간 비상국회 활동을 하고 있다. 원내외 병행투쟁이다. 낮에는 상임위 등의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진행하고, 밤에는 의원회관에서 숙식하며 워크숍·분임토의 등 ‘주경야독’ 방식으로 진행된다. 밤샘공부한다며 겨울 외투를 준비한 의원도 있다. 의원들에게 국정조사에 충실히 임하자고 했다. 우리는 앞으로 점차 압박 수위를 최대로 높이려 한다.

단식, 전원 삭발, 의원직 사퇴 등등 여러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단식은 YS는 직선제 개헌, DJ는 지방자치를 위해 딱 한 번씩 했다. 정말 목숨을 걸고 해야지 중간에 흐지부지 그만두면 안 된다. 전원 삭발도 쇼 같아서 회의적이다. 의원직 사퇴도 수리가 안 되면 진정성이 없다. 청문회와 국정감사, 대정부 질문에서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임을 보여줘야 하는데 천막에서는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한 명이 5만개의 촛불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원내투쟁의 의미다. 11월 15일 대정부 질문이 끝나면 새해 예산안과 부수법안 심의 때 제대로 된 야성을 보여줄 것이다. 아주 철저하게 심의하고 숫자 하나하나를 검토해서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신뢰를 얻도록 할 것이다.”

민주당의 비상선언에도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별 반응을 안 보인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나 핵 위협에도 눈 깜짝 안 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당 천막당사나 비상국회에 눈길이나 주겠나. 하지만 북한도 결국은 돈이 필요해서 고개를 숙였듯 정부도 예산안이 결정되는 12월에는 태도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한다. 3자 회담도 성과 없을 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박 대통령과 둘이 회담하면 밀담 의혹도 받을 것 같아서 3자가 회담하고 속기록을 그대로 공개해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속기록 공개 후에 박 대통령 지지율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크게 하락하진 않았다. 국정원·채동욱·진영 등 온갖 사건으로 정국이 혼란스럽고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60% 이상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외화내빈이 있다. 지지율의 구성을 보면 남북관계나 외교 등 외부적인 이미지 부분만 높다. 내 삶에 변화를 주는 복지 등 민생에 대한 지지율은 아주 낮다. 그래서 사람들이 박 대통령은 취임 후 말과 옷만 자주 바꾼다고 하지 않는가.”

민주당은 온갖 고생을 하고 노력하는데 왜 그토록 지지율이 낮은가.
“오랜 누적의 결과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쓴 에리히 프롬은 ‘누가 나치즘이 성공할 줄 알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대중은 민주적 정당보다 일사불란한 정당을 바라고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그게 강력한 수권 능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는 민주당에서는 내부 혼선만 있는 걸로 비쳐진다. 많은 중도층 유권자들은 이념의 기준으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정당의 태도, 결정의 일관성을 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이 불안하게 보일 것이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은 선거 때만 되면 모일 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 선거 후 내 생각과 다르면 지지를 철회하고 밖에서 관망한다. 현재는 밖에서 관망하는 지지층이 많다.”

현재 민주당은 내부 분열이 심해 보인다. 김한길 대표의 장외투쟁도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고, 조경태 최고의원의 발언에도 연판장을 돌리는 분위기이고, 여전히 친노와 비노 그룹이 대결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일부 의원들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따지지 않고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분열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의 표출이 아닌가. 그게 민주적이지 않은가. 난 오히려 새누리당의 일사불란한 정당문화가 이해가 안 간다. 기계적 상명하복이 과연 21세기 민주적 정당의 모습인가. 물론 민주당 역시 종북문제와 성장문제 등 국민의 의구심에 대해서는 일정한 답을 해야 하고 정체성을 입증하는 정치행위를 할 때가 있어야 한다.

연평도를 북한이 포격했을 때, 바로 그곳으로 가서 인간띠를 만들어 국민 대신에 우리가 그 포를 맞겠다고 했으면 종북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또 이석기 의원의 경우도 국가내란은 몰라도 강연 내용은 확실히 문제 있으니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어야 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정당이라면, 설령 이것이 어려운 과제라고 해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우리가 박근혜 정권을 ‘괴물’이라고 보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의 일련의 과정을, 대선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며 과대하게 보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전면전을 준비한 것이다. 저쪽이 전면전을 준비하면, 여기에 대응해 우리도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가야 한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등 설명이 필요 없는 정치철학으로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이 많아야 그가 속한 정당도 사랑받는데, 현 민주당은 그런 스타가 드물어 대중 관심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국회의원은 투쟁이 아니라 입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은가.
“맞다. 민주당도 민생을 위한 입법활동에 전력하고 있다. 내 경우엔 운 좋게도 일감 몰아주기, 프랜차이즈, 하도급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법안을 많이 상정했다. 현재 경제민주화법을 다루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이며 민주당 ‘을(乙)지키기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는데, 민주당은 ‘금융권리장전’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민생정치를 시작하려고 한다. 

금융권리장전이란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제출한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미한다. 내가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금융 감독과 정책을 분리해 금융위원회의 국내금융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과거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시켜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사 정치부장 출신인데 왜 정치를 선택했나. 올바른 기사를 쓰는 것도 국민을 계몽하고 위하는 길이 아닌가.
“처음에 영입 제안을 받고 거절했다. 집요하게 설득을 해서 한 달 정도 고민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 기획전략을 담당하다 선거에 졌다. 책임을 지고 싶었다. 그래서 20년간 새누리당의 아성인 동대문을에 나가는 것이 내게 부여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새누리의 터전에 한 자리라도 민주당의 깃발을 꽂고 지역구민에게라도 민주당 국회의원이 일을 잘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싶었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의원 한 명 한 명이 촛불 5만개의 힘 그게 원내투쟁”

대통령도 안 무서워하는 정치부장 출신이 지역구 선거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상상도 못했던 일의 연속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90도 각도의 인사를 하고, 남의 어머니 손을 잡고 ‘어머니’라고 부르고…. 정치인,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은 찰나에 상대방을 무장해제시켜 자기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0.5초 사이에 특징을 파악해서 ‘셔츠 색깔이 멋지다’라거나 ‘머리 염색이 잘 어울린다’ 등의 칭찬을 해주면 ‘아유, 우리 남편도 못알아보는데 어떻게…’라며 마음을 열어준다. 

물론 그런 립서비스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밤늦도록 온 지역구를 발로 돌아다녔다. 그 지역구 의원이었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매일 동네에서 똑같은 사람들만 만나봐야 1년 내내 5000명도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구민들은 중앙정치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보다는 항상 자신들의 곁에서 민심을 읽고 실익을 챙겨주는 의원을 원한다. 가장 사랑하고 두려워하는 이들도 이런 지역구민이다.”

그럼 대통령은 무섭지 않은가.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조지 오웰 소설에 나오는 ‘빅 브라더’가 아니라 ‘빅 프린세스’로 표현했던데.
“빅 브라더보다 더 크고 무서운 빅 프린세스다. 박 대통령은 자기 아버지 시대가 옳았다고 확신한다. 대통령 후보 시절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 문제가 나왔을 때 과거사를 억지로 사과했지만 마음으로 승복한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윤창중 전 대변인을 선택했다. ‘너는 이 사상장(死傷場)에서 나의 방패가 되어다오’라는 주문이었다. 그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물러났는데 그 다음 김기춘 비서실장,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등을 임명했다.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양극화를 부추키기는 했지만 그나마 실용주의자였지 이념이 강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스스로가 전면전을 선포했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동지’들과 함께 권력을 만들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동지’들과 함께 권력을 만든 게 아니라 혼자 만든 것이다. 그 앞에 아무 소리도 못하는 ‘충신’들이 있는 것이지, ‘동지’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1기 청와대 때도 그렇고 곳곳에 ‘박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동지’들이 적은 것 같다.

또 아버지가 중공업 발전, 수출입국이란 업적을 만들었으니 자신은 창조경제를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분은 활자화된 지식정보의 습득체계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특히 이해부족 부분이 많다. 문제는 대통령이 잘못 이해하거나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면, 국무회의나 비서실 회의 등에서 토론을 통해 왜곡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도 교정해주지도 않고 지식의 공유체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들이 건의도 못하고 지침만 받는 권력구조에서 무슨 창조경제가 이뤄지겠는가.”

그럼 빅 프린세스 시대에 국민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나.
“(잠시 침묵) 우리 국민은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이다. 압축 성장, 압축 민주주의를 성취하면서 이슈에 민감하지 않아도 이성적 판단을 한다. 조용히 침묵하다가도 어떤 시기에 분노를 느끼고 폭발한다. 금 모으기나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때처럼 위대한 국민의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실의에 빠져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버린 것 같다. 다들 미래가 안 보인다고 한다. 그런 불안과 절망을 정치권이 풀어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국민 속에서 성장한 정치인이어서 누구보다 국민 마음을 잘 알 줄 알았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솔직히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민주화가 무슨 소용인가. 경제가 어려울 때 국민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국민들도 제발 몇몇 종편을 교과서 삼아 잘못된 보수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그럼 민주당의 전략과 홍보전술은 무엇인가.
“우보 전술이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가고 있다. 속도전을 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는 것이 바로 연말에 승부를 내자는 우보 전술이다.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면 10·30 재·보선인데 다행히 두 지역밖에 안 치러진다. 게다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서청원씨를 공천했다. 이제 민심도 분명히 움직일 것이다. 김한길 당대표의 감각도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자기 페이스를 찾아 서서히 당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12월 국회 예산안 정국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도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에게 백기를 들 것으로 전망한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답답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웠다. 김한길 대표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 건강과 복지에는 여러 가지로 폐를 끼치는 것 같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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