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탐색]다채로운 미국사 28가지 이야기](https://img.khan.co.kr/newsmaker/1046/07318431.jpg)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강준만 지음·인물과 사상사·1만6000원
프랑스 외무장관 위베르 베드린은 1992년 미국을 규정하는 초강대국(superpower)이라는 표현이 더는 적합하지 않다며, 초초강대국(hyperpower)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경제와 통화, 군사, 생활방식, 언어와 전 세계를 풍미하는 대중문화 상품에까지 미치면서 하나의 사조를 이루어 미국에 적대적인 사람과 나라들까지 사로잡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는 정치, 언론, 사회, 역사, 문화 등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 저술활동을 해온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초강대국 미국의 면면을 들여다본 책이다. 지은이는 미국을 ‘실용적으로 쿨하게 볼 것’을 제안한다. 친미·반미, 좌·우라는 이념적 이분법을 넘어서 미국을 제대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미국 콤플렉스’의 ‘이중성’을 포착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미국 콤플렉스’는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인한 ‘이중성’을 의미한다. 글과 말로는 반미 성향이 농후하지만, 자식 교육만큼은 미국에서 시키는 교수들만 해도 그렇다. 수시로 미국을 드나들며 미국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이 대표적인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렇듯 ‘반미’의 언행일치가 안되는 것을 꼭 ‘가증스런 위선’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를 개인 차원의 위선이라기보다는 ‘한국적 실용주의’의 산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약소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 존재하는 가파른 ‘지식의 물매’로 인한 현상이라고 봐야 하며, 이는 ‘숭미’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따른 실속 챙기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이념의 프리즘을 벗어버리고 바라본 미국의 모습은 다채롭다. 서부 개척을 통한 프런티어 문화, 아메리카 드림, 자동차 공화국, 민주주의의 수사학, 처세술과 성공학, 인종의 문화정치학, 폭력과 범죄 등의 주제를 다룬다.
왜 4000만 버팔로는 멸종되었는지, 광란의 1920년대에 어떤 저항이 있었는지, 아이비리그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인지, 자동차는 성 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포드는 어떻게 마르크스를 쫓아냈는지, 광고와 PR 전문가들은 대중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왜 미국에서는 총이 영광의 상징인지 등 28가지 미국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