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2만9000원
![[신간 탐색]현재의 한국음식엔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https://img.khan.co.kr/newsmaker/1043/20130917_1042_A80a.jpg)
음식은 각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이다. 한식은 한국인의 일상이자 한국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과연 한국 음식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문화유산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지은이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한국 음식의 원형을 찾는 것보다는 한국 음식의 변화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시 사람들이 왜 그러한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밝혀야 음식의 역사에 제대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지금의 음식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세기 한국 사회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한국 음식의 역사상 분기점이 되는 시기를 다섯 개로 구분하며 각 시기별 음식문화의 특징을 분석한다. 한국 음식사의 첫 번째 분기점은 강화도조약을 계기로 서양인·중국인·일본인이 대거 유입된 1880년부터 1900년까지다. 이때 각 나라의 음식문화가 국경을 넘어 유입되면서 구한말 조선 사회의 음식 생산과 소비문화를 변화시켰다.
두 번째 분기점은 1890년대 이후부터 1940년대까지다. 이때는 조선요리옥과 선술집, 대폿집 등 근대적 외식공간이 본격적으로 탄생한 시기다. 근대적 외식업의 탄생으로 수많은 조선 음식이 식당의 ‘메뉴’로 변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 분기점은 한국전쟁 발발 시기다. 이때 남북의 인구가 전국 각지로 뒤섞이면서 각 지역의 토속음식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다.
네 번째 분기점은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다. 이 시기는 급격한 이농과 도시화가 이루어진 시기로 타지에서의 향수를 달래기 위한 고향 음식들이 크게 유행했다. 마지막 분기점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990년대 본격적인 세계화가 이루어진 시기다. 이때는 배달 음식과 값싼 음식, 다국적 음식이 유행했던 시기다.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 사업이 일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지은이는 각 시대별 음식문화의 특징을 분석하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 소비되고 있는 음식에는 다종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고 말한다. 음식문화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 것은 ‘혼종’이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음식이 개입되고 음식문화가 변천해 왔다는 맥락에서 20세기 한국 음식은 식민주의, 전통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세계체제, 세계화 담론이 ‘혼종’된 결과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와 음식문화의 인문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