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마귀의 은밀한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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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마귀가 지난 초여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청정계곡에서 2차 번식을 했다. 물까마귀는 텃새이지만 좀처럼 번식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계곡의 폭포나 수중보 같은 물이 쏟아지는 주변 어두운 곳에 은밀하게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사냥한 먹이를 입에 물고 돌아온 어미에게 눈을 맞추며 물까마귀 새끼들이 서로 먹여달라고 하고 있다.

사냥한 먹이를 입에 물고 돌아온 어미에게 눈을 맞추며 물까마귀 새끼들이 서로 먹여달라고 하고 있다.

이런 물까마귀가 계곡의 전망 좋은 큰 바위 위에 남향집을 틀고 번식을 했다. 물까마귀는 땅이 꽁꽁 얼어 있는 2월부터 이끼 풀을 뜯어 모아, 3월 말에야 조롱박을 엎어놓은 듯한 둥지를 완성했다. 이 둥지에서 4월 말 1차 번식을 하고 6월 말 2차 번식을 해 4마리를 부화시켰다.

어미의 소리가 들려오자 물까마귀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부리를 내밀고 소리를 내고 있다.

어미의 소리가 들려오자 물까마귀 새끼들이 둥지 밖으로 부리를 내밀고 소리를 내고 있다.

어미들은 파리나 딱정벌레 같은 작은 유충을 사냥해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먹인다. 새끼들이 커가면서 큼직한 수생곤충 사냥에 나선다. 물까마귀들은 발에 물갈퀴가 없지만 리프팅 하듯이 급류를 잘 탄다. 먹이사냥을 위해 잠수를 했다가 물 밖으로 나올 때에는 사냥한 먹이를 입에 물고 나온다. 그리고는 소리를 낸다.

먹잇감을 사냥한 물까마귀가 둥지로 날아들기 전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먹잇감을 사냥한 물까마귀가 둥지로 날아들기 전 천적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이때 새끼들은 둥지 밖으로 몸을 내밀어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자세를 취한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새끼들의 먹이를 달라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둥지가 비좁아질 때 쯤이면 어미는 먹이를 가지고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유인해 이소(離巢)를 한다.

이재흥<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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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