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색의 파랑새는 번식철인 5월이면 쌍쌍이 우리나라 전 지역으로 찾아온다. 이들 파랑새를 관찰하다보면 정말 다정다감한 새란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암수가 나뭇가지에 함께 앉아 서로 부리를 마주대고 애정 표현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수컷이 먹이를 잡아와 암컷에게 넘겨주며 구애를 한다. 창공을 날아다니며 먹이사냥에 나설 때나, 휴식을 취할 때나 이들은 항상 함께 한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파랑새들. 위엄이 있어 보이는 게 수컷이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게 암컷이다.
모리스 마텔를링크가 <파랑새>에서 희망·행복의 상징적 의미로 파랑새를 사용한 것도 파랑새의 이런 속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파랑새도 얄미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무엇보다 파랑새는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는다. 텃새로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까치가 힘겹게 틀어놓은 둥지며, 딱따구리들이 나무에 파놓은 구멍을 아무 대가 없이 빼앗아 번식 둥지로 삼는다.

둥지를 관찰하기 위해 파랑새가 나무구멍으로 날아들고 있다.
파랑새는 전래민요에도 등장한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않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고 했다. 사실은 노랫말하고는 차이가 있다. 파랑새는 녹두밭이나 풀밭에 좀처럼 앉지 않는다. 주로 나뭇잎이 없는 높은 나뭇가지나, 전깃줄 같은 곳에 앉는다.

은사시나무에 딱따구리들이 파놓은 구멍을 파랑새가 차지했다.
실제 파랑새를 노래했다기보다는 동학농민운동이 꽃을 피우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녹두장군 전봉준과 농민군을 녹두밭에, 관군과 일본군을 파랑새로 빗댄 것으로 봐야 한다.

파랑새 수컷이 먹잇감을 잡아와 암컷에게 주려 하지만 암컷은 시큰둥해 한다.
파랑새는 맹금류 못지않게 곡예비행을 잘한다. 보기보다 포악스러워 숲속의 조폭으로 불리는 까치며, 사납기로 소문난 꾀꼬리들도 불편해 할 정도다.
이재흥<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