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목 미스터 고
감독 김용화
배우 성동일_성충수, 서교_웨이웨이, 김강우_구단장, 김응수_KBO 총재
상영시간 132분
개봉 2013년 7월 17일
등급 12세 관람가
<미스터 고>는 봉준호의 <설국열차>와 함께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혀 온 작품이다. 225억원의 제작비가 소요되었다. 그 가운데 50억원을 중국의 화이브라더스로부터 투자받았다. 중국 내 5000여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풀 3D영화다. 구현에만 120억원이 투입된 디지털 캐릭터가 등장한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했다. 누구도 <미스터 고>의 상업성이나 오락물로서의 미덕, 흥행 여부에 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미스터 고>는 다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모양새로 관객 앞에 당도했다.
웨이웨이는 어렸을 때부터 서커스단의 고릴라 링링의 품에서 성장했다. 링링은 유독 웨이웨이를 따랐다. 야구를 좋아하는 서커스 단장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웨이웨이는 링링에게 야구를 가르치게 된다. ‘야구하는 고릴라’ 쇼는 이 서커스의 효자 상품이 된다. 그러나 지진이 일어나 할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서커스단은 위기를 맞는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어린 나이에 단장이 된 웨이웨이는 재정난으로 골치를 앓는다.
이때 한국 프로야구계의 전설적인 에이전트 성충수가 접근한다. 성충수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시키고자 한다. 우여곡절 끝에 KBO의 허가가 떨어지고 링링과 웨이웨이는 한국에 당도한다.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된 링링은 첫 등판부터 홈런을 뿜어내며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 된다. 링링의 활약으로 두산은 연전연승. 이때 중국 내 사채업자들이 서커스단을 급습해 빌린 돈을 상환하라며 남아 있던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웨이웨이를 겁박한다. 엎친 데 덮친 꼴로 링링의 무릎이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음이 드러나면서 상황은 급반전을 맞는다.
CG가 매우 훌륭하다. 디지털 캐릭터 링링의 품질과 연기력은 <반지의 제왕>의 골룸은 물론이거니와 <킹콩>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완성도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가 다루는 주요 소재가 야구인 만큼 3D 효과 또한 두드러진다(관객 눈앞으로 날아오는 야구공 따위는 3D로 구현하기에 쉽고 효과적인 오브젝트다).
문제는 이야기다. <미스터 고>의 드라마는 너무 산만해서 집중력을 가지고 쫓아가기가 어렵다. 물론 근사한 시퀀스들이 있다. 부상을 입은 고릴라 타자 링링과 복수심에 불타는 고릴라 투수 레이팅의 대결은 뛰어난 볼거리다. 그러나 이 영화의 볼거리라는 것이 결국 그렇게 큰 덩어리들로만 파편화해 존재한다. 갈등을 만들고 해소시키는 서사의 기승전결이 응집력을 가지고 흘러가기보다, 멋진 장면 한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는 큼직한 덩어리들이 툭툭 눈앞에 던져지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가장 설득력을 잃게 되는 건 단연 캐릭터들이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불균질해서 종종 관객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따져보면 <미스터 고> 안에서 성충수와 웨이웨이는 모두 성장을 겪는 캐릭터다. 그래서 이야기 안에서 생각도 바뀌고 행동도 달라진다. 그러나 서사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극장판 편집본처럼 이어지다 보니, 이게 지금 캐릭터가 성장을 겪은 건지 아니면 갑작스레 톤 자체가 반칙처럼 바뀌어버린 것인지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체 동물 학대에 가까운 웨이웨이의 태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애초 돈만이 중요했던 것인지, 말미에 TV다큐를 보며 흘리는 눈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너무 많은 것이 혼돈을 야기한다.
이와 같은 결과물은 중국 대자본의 투입과 글로벌 기획의 특성상 영화에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거쳐갔고, 연출진이 그것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흔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허지웅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