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 학생운동 경력 논란
최근 정치권에서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사건 담당검사의 학생운동 경력 논란이다. 요즘 학생운동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요새 대학생들은 학생의 복리문제에 더 관심이 있고, 정치문제와 관련한 학생 데모를 찾아보긴 어렵다. 과거 학생운동은 전혀 달랐다.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때는 격동의 시기였다. 특히 1970년대 대학생들의 민주화운동은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유신독재 권력이 와해되자 기득권세력과 민주세력 사이의 헤게모니 다툼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이 와중에 대학생들이 민주화투쟁의 선봉에 나섰다.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내 선후배들은 용감하게 민주화를 외치면서 투옥됐다. 당시 나는 법대생으로서 고시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현실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생 반전은 금방 나타났다. 그 당시 신문지상에 수배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당당한 정치인으로 신문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학생운동을 개인적 입신을 위한 정치적 행위로 악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만 사회적 불의에 대항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정의를 외친 용기는 높이 평가돼야 한다. 물론 지나치게 극단적이고 편협한 비판 일변도의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이 같은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대체 왜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 전력이 문제가 된 것일까? 이번 논란 과정에서 학생운동을 한 정치인은 공부만 한 정치인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았고, 공부만 한 사람은 학생운동가를 배움을 게을리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이 풍경을 보고 안타깝기보다는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진부한 극단적 이분법 논쟁에 식상함을 넘어 쓴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과거에는 학생운동 경력이 있으면 고위공직자 취임이 거의 불가능했다. 연좌제가 있어 가까운 가족 중에 이념을 달리하는 자가 있으면 공직에 오를 수 없는 암울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가치관이 존중되는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다. 좀 더 여유를 가져도 되지 않을까?
과거 대학생 시절 한때의 호기로 맥주를 박스째로 쌓아두고 마시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당시 행동을 알코올 중독자와 같은 행동이었다고 매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호기로 너그럽게 봐줄 수도 있다. 지금은 경직되고 획일화한 사회가 아니라 여러 이념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시대다. 과거의 다양한 경험은 시야를 넓혀주니 좋다. 만연한 편견과 이분법에 의거해 학생운동 전력을 미화하거나 매도하려는 시도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위치에서 바른 가치관을 갖고 행동하느냐는 점이다.
![[2030 vs 5060]“운동권 전력 미화하거나 매도하는 건 시대착오”](https://img.khan.co.kr/newsmaker/1032/20130702_1032_A46c.jpg)
우리는 기존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예를 들어 범세계적으로 동성애자의 결혼도 합법화하는 현실을 어떻게 기존 사고의 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과거의 진부한 가치관만을 고집한다면 미래를 향한 기차에서 내려 떠나가는 기차를 마냥 바라보는 잘못을 범할 수도 있다. 학생운동 경험은 명예도 멍에도 아닌 개개인의 소중한 추억이며, 자신만의 어떤 의미를 가진 역사가 아닐까?
‘2030vs5060’ 코너는 이번 회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의견 보내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