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 탈북자 인권
탈북 청소년 9명이 북한으로 강제 압송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서 숨어 지내던 그들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라오스로 향했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가장 빈번히 이용하는 이른바 ‘남방 루트’다. 지난달 10일 라오스 이민당국에 적발되어 18일간 억류됐다가 결국 다시 북한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무엇보다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무책임한 현지 공관의 자세다. 주라오스 대사관은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전반을 살펴보면 과연 대사관이 최선을 다했는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주어진 여건 하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9명이 죽음의 사지로 끌려간 마당에 면피성 발언은 부적절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있다. 탈북자 대부분은 일단 중국을 거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여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도 외교마찰을 피하기 위해 ‘조용한’ 외교 기조를 유지해왔다. 공관으로 들어온 탈북자를 데려오는 데 주력했을 뿐, 공관 진입 전 상황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일단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제대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관리하고 지원하는 데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서 1999년 하나원이 건립됐다. 올해 초까지 하나원을 거쳐 간 탈북자는 2만3000여명이다. 하지만 탈북자 중 상당수는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강제 압송된 9명의 탈북자 문제는 그동안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탈북자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재 중국에는 2만여명이 넘는 탈북자가 숨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탈북자는 우리 헌법에 따라 미(未)수복지구에서 탈출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 국민을 보호한다는 정신에 입각하여 탈북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탈북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사지를 탈출한 탈북자들이 난민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지금도 중국 등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강제송환을 막기 위한 노력도 경주해야 할 것이다.
![[2030 vs 5060]우리 국민이라 생각하고 탈북자 정책 추진해야](https://img.khan.co.kr/newsmaker/1030/20130618_1030_A47a.jpg)
이달 하순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다. 탈북자 문제를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의 차원에서 중국 지도부에게 우리의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 당장 중국이 난색을 표할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구에 닥칠지도 모를 북한의 대규모 난민사태를 상정해 본다면 그 필요성은 더더욱 절실하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과연 우리는 탈북자들을 정말 동포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일단 사건이 터지면 흥분하지만, 그들이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배려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혹시 속으로는 그들을 귀찮은 존재, 2등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