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정책여당 건설 위해서 당헌 당규 개정 돌입할 것”
지난 9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최경환 의원을 만나러 의원회관을 찾았다. 비서진에서는 “인터뷰 약속을 잡긴 했는데 지금 일정이 너무 빠듯하니 당선 이후에 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를 선출 전에 인터뷰했을 때 “김한길 대세론이더라, 미리 축하드린다”는 덕담에도 “오히려 그런 소문이 역풍을 불러일으킨다, 아직 모른다”고 조심스러워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번 새누리당 선거는 박심(박근혜 대통령 마음)과 초심(초선의원의 마음)이 좌우한다고 한다. 최경환 대세론이 일긴 해도 상대 후보인 이주영 후보도 신박(새로운 박근혜파)이며 초선의원들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최 의원은 인수위 구성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던 원조 친박이다. 족발집도 원조가 낫지 않을까란 단순한 생각으로 최경환 의원을 만났다.
![[유인경이 만난 사람]새누리당 원내대표 출마 최경환 의원](https://img.khan.co.kr/newsmaker/1026/20130521_26_1.jpg)
지금도 충분히 실세인데 왜 원내대표에 출전하셨습니까.
“춘래불사춘, 봄은 왔는데 아직 봄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있죠. 그렇게 어렵게 정권을 창출하고도 정작 새누리당이 집권여당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여당의 존재감마저 상실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다가는 정말 국정의 동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어요. 마음과 뜻을 한데 모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튼튼하게 전열을 정비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이 일에 앞장서고, 모든 것을 바쳐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겠기에 저 최경환이 앞장서려고 합니다. 정말 모든 마음을 비우고 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뛰겠습니다. 33년 전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좌우명으로 삼았던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책임감으로 온몸을 던져서 일하는 원내대표가 되겠습니다.”
당내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다 지난 10월 ‘친박 2선 후퇴론’이 강하게 불자 모든 책임을 떠안고 비서실장에서 물러났죠. 새 정부 초기에 원내대표로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그렇게 열심히 정권을 만들어놓고 집권여당이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주변에서 ‘정권 만든다고 7~8년 쫓아다니더니 뭐냐. 뭔가 성과를 내야지 그냥 빠져 있는 게 능사냐’라는 지적을 많이 하더군요. 제 입장에서도 지금 나오면 욕 먹기 딱 좋은 시기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누군가 욕 먹을 각오를 해야죠. 자기 개인 입장만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꼭 최경환이어야 한다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번 원내대표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1기 원내대표입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아는 사람이 같이 호흡을 맞춰서 집권 초반의 토대를 굳건히 다져야죠. 지난 7~8년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며 누구보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마음을 잘 알고 의원들과도 소통을 할 수 있는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정권 초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 우선 당·청간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고 수행할 리더십과 이를 추진할 돌파력을 갖춰야 합니다. 저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꾸준히 남다른 신뢰관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나 청와대 참모와 소통하고 대화하는 가교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또 오랜 경제관료 생활과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정책적 승부에서 국정운영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도 갖췄고요.”
출마선언에서 3통 대표가 되겠다고 했던데요.
“당(黨)·청(靑)·야(野)와 통하는 ‘3통(通)의 원내대표’를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우리 당 의원들과 귀를 여는 배려와 화합으로 소통을, 박근혜 대통령과는 신뢰 속에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야당과는 열과 성을 다해 소통하는 일꾼이 되겠다고 했지요. 이를 위해 계파와 지역을 아우르는 강력한 원내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고 의원 한 분 한 분이 집권여당 의원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다양한 당·정·청 모임을 활성화하고 국정을 주도해 나가겠습니다. 강한 집권여당이 되어야 박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들을 제대로 실현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이 있습니까.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정책기능 강화를 위해서 당헌·당규 개정작업부터 돌입하겠습니다. ‘강한 정책여당’을 건설하기 위해서 당헌·당규 개정작업이 필수적인 절차로 이미 개정 준비작업도 끝낸 상태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당의 정책기능이 무너졌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겁니다. 정책위원회를 활성화해 분야별 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들어서 심도 있는 토론과정을 거치면 당정이 하나의 안을 내고 거수기라는 비판도 사라지겠죠.”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과 긴밀한 공조가 필요해졌는데 너무 강한 여당이면 곤란하지 않은가요.
“야당과 대화,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죠. 국민의 민생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정책적 결과, 생산적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뚝심’을 가지고 유연한 협상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다만 야당의 발목잡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에는 단호히 나서겠습니다.”
당내에서 경제민주화를 두고 의견 차이가 크더군요. 특히 경쟁 상대인 이주영 의원은 경제민주화에 적극적인 데 비해 최 의원은 소극적이란 평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국회에서 통과시킨 경제민주화법안 세 건 가운데 하도급법 개정안 표결 때만 참여하셨고, 인터뷰가 있다며 기권을 하셨더군요.
“일단 하도급법 개정안은 취지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당내 여러 의원들이 이게 완전히 이렇게 되면 너무 기준이 모호해서 소송이 남발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내셨고, 따라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그랬던 겁니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의 공약이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건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다같이 하는 말입니다.
경제민주화는 대선 및 총선 때 공약입니다.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착실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그런데 성장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제 생각과 다르고, 그렇게 가선 안 됩니다. 다만 현재 경제민주화라는 개념 자체는 상당히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 범위와 속도를 두고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런 부분을 신중하게 감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민주화의 취지는 경제 쪽으로 힘이 센 집단이 약한 집단을 아주 힘으로 눌러서 약자를 탈취하고 하는 걸 막자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그걸 포괄적으로 내색을 한다든지, 또 국제기준에 비춰봤을 때 지나치게 과도하다든지, 또 하더라도 시기 조절이나 이런 거 없이 한꺼번에 소나기 식으로 쏟아내게 되면 경제체제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는 문제가 있죠. 저는 경제민주화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쉽게 보면 몸에 좋은 약이죠.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 하더라도, 보약이라도 한꺼번에 그냥 과다복용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유인경이 만난 사람]새누리당 원내대표 출마 최경환 의원](https://img.khan.co.kr/newsmaker/1026/20130521_26_2.jpg)
좋은 정책도 일단 원내대표가 돼야 실현이 될 텐데요. 특히 이번 선거에선 초선의원들의 표심이 중대변수가 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154명 가운데 초선의원이 78명, 재선의원이 38명이니까요. 그리고 초선의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 의원은 지나치게 세고 카리스마가 강해 거부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면에 상대인 이주영 의원은 아주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평이고요. 초선의원들을 설득할 복안이 있습니까.
“제가 원내대표 출마 때 발표한 정책안에 답이 들어 있습니다. 저는 초·재선의원 중심의 당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초·재선의원들이 당의 중심이 되어 확고한 정책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 새누리당에는 그 어느 당보다 전문성과 탁월한 감각을 가지신 초·재선의원님들이 많은데, 그들이 당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내고 일을 하실 수 있도록 당 운영을 할 겁니다. 또 계파 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하는 새누리당을 만들어야죠. 친박비박, 신박구박, 친박친이라는 비상식적이며 비현실적인 단어 사용 금지를 천명했습니다. 계파 없는 새누리당을 선언하고, 계파 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하는 새누리당을 만들면 실력파 초선의원들이 계파 눈치 안 보고 한 분 한 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고 당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초선의원들도 제 진정성을 알아줄 겁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도 했죠.
“정치쇄신과 관련해서 총선·대선 때 약속한 부분이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 문제였습니다. 그런 부분을 여야간 협의를 통해 잘 처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고, 공천권과 관련해서는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큰 틀에서 당내 의견을 모아서 추진하겠습니다.”
당내 기득권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전체의 기득권은 언제 내려놓을 건가요. 선거 무렵에는 연금도 포기하겠다, 새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흐지부지 유야무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까.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서 정치불신이 됐고, 생산적 결과를 내놓지 못해 비판을 받는 것, 잘 압니다.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야당과도 협의하고 설득해서 이념과 정쟁을 떠나 정말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 국민 삶에 기여하는 민생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들이 제대로 하지 못해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는데, 차근차근 좋은 정치를 해야지요.”
야당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진짜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적이 있습니까.
“여당 원내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입니다. 저는 지난 7~8년 동안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한눈팔지 않고 몰두했습니다. 온갖 정치적 고비고비마다 숱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때 제가 입에 발린 말, 달콤한 이야기만 했겠습니까. 당연히 민심도 전하고 쓴소리도 했죠. 그건 저와 박 대통령처럼 오랜 친분을 나눠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최경환은 사심이 아니라 민심을 전한다’는 믿음을 줘야 가능하거든요. 수차례 쓴소리를 했죠, 물론 생산적 쓴소리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쓴소리를 받아들이던가요. 불통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차근차근 대안을 갖고 설명하면 그 어떤 쓴소리도 수용합니다. 매우 합리적인 분이에요.”
민심을 알아야 쓴소리도 전할 텐데, 가장 자주 듣는 국민들의 쓴소리는 뭔가요.
“아무래도 이번 내각이나 청와대 인선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들었습니다.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저도 공감합니다.(하필 인터뷰한 다음날,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이 미국 방문 중 스캔들로 경질되었다).
원조 친박임을 자타가 공인하는데, 친박이란 말이 왕관인가요, 아니면 멍에인가요.
“양면성이 있죠. 줄기차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서 드디어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영광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박근혜 정부와는 운명공동체적이어서 이 정부의 국정 성공이 제 개인의 운명을 규정하기도 하니 멍에이기도 하죠.”
행정고시 출신의 경제관료에 언론인, 국회의원, 장관 등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습니다. 어떤 일이 가장 행복하던가요.
“제가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태생적 벤처인입니다(웃음). 다 비슷비슷하게 보람과 고통이 있었죠. 제가 외환위기 때 정치로 옮기면서 ‘경제를 바꾸러 정치판에 왔다’고 했습니다. 정치시스템이 바뀌어야 경제가 제대로 살아난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각 분야의 경험을 갖고 경제를 살리는 좋은 정치를 해보려 합니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