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 조용필 열풍
역시 조용필 선생님, 완전 SNS를 뒤집어 놓으셨다. 그의 이번 앨범 수록곡 ‘Bounce’와 ‘Hello’의 발표 직후 SNS에는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트렌디하다.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 “또 다른 전설이 시작된다” 등의 찬양이 넘실댔다. 그의 일대기를 정리해놓은 자료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떠돌며 그의 위대함을 젊은 세대에게 학습시켰다. 이 기세를 몰아 그의 신곡들은 음원차트를 ‘올킬’했고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 1위마저 거머쥐었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 음반에 ‘조용필’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도 이렇게 호평 일색일까. ‘Bounce’와 ‘Hello’는 확실히 상큼한 노래다. 후렴구도 좋았다. 계속 생각나 흥얼거리게 된다. 하지만 올드한 창법, 바탕에 깔려 있는 ‘뽕삘’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음반에 수록된 전곡을 듣다보니 새로움에 대한 강박도 느껴졌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댄다. 조용필 팬들의 ‘화력’은 대단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분들이 진격해 악플 다실까봐 Bounce Bounce.
찾아보니 조용필의 신보에 대해 나와 비슷한 감상을 가진 음악 평론가들이 있었다. 음악평론가 김학선은 “그의 창법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고 말했고, 김종윤 평론가는 “이 앨범은 좋은 앨범일지언정 명반은 아니다. 조용필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보면 이 앨범의 스타일은 그 퀄리티가 높을지언정 서구의 잘나가는 팝-록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충격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쓴소리를 하는 이들 평론에는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다. “음악 평론가님들. 45년 오로지 음악만을 고집해온 거장보다 음악을 더 잘 안다고 나불대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가요?” “자신의 색깔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젊은층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음악적 대통합을 이루신 분이다” 등등….
‘조용필 열풍’을 보며 ‘침묵의 나선이론’을 떠올린다. 하나의 관점이 우세하게 되면 반대되는 관점을 가진 이들은 침묵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가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은 사회다. 그래서 언론학 교과서에서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 다수가 스스로 다수임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강조한다. 최근 조용필 열풍을 부추기며 소비하는 언론의 행태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균형 있는 보도를 하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예능 심판자’를 자청하며 ‘모두까기’를 시전했던 JTBC의 비평프로그램 <썰전>마저 조용필의 히트곡 정리, 기부내력 소개, MC와 패널들의 간증 등 그의 대단함만 강조하다가 “조용필 선생님만큼은 미디어 비평 타이틀을 떼고 찬사를 해드렸습니다”라는 김구라의 멘트로 끝맺었다.
![[2030 vs 5060]‘침묵의 나선이론’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https://img.khan.co.kr/newsmaker/1026/20130521_38_1.jpg)
그동안 나 역시 찬양 일색의 분위기 속에서 침묵하고 있었다. 편집자가 이 주제로 글을 청탁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공공의 공간에 ‘가왕’의 신보에 대한 감상을 감히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악플 몇 개로 와장창 깨질 수 있는 ‘유리 멘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악플 달지 말아주세여…. 사람마다 감상이 다를 수 있으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너그럽게 생각하고 넘어가주시길. 그래도 굳이 악플 달고 싶으면 저 대신 이 주제로 글을 쓰라고 청탁한 <주간경향>을 까주세요.
최서윤 <월간잉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