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서 소외된 50대 울분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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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 조용필 열풍

최근 전설의 노(老)가수인 조용필이 만 63세에 그것도 10년 만에 내놓은 노래인 ‘Hello’와 ‘Bounce’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주 만에 11만장이 팔린 새 앨범은 5060세대뿐만 아니라 20대에게까지 인기가 높다. 새 앨범은 신세대에 맞게 경쾌했고, 영어 노랫말도 들어갔다. 과연 누가 이 노래를 60대 중반이 열창한 것이라고 할까?

노래 외적으로 어떤 요소가 조용필 열풍을 일으켰을까? 먼저 조용필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 변신에 성공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그는 젊고 신선하고 도전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 일상의 권태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40~50대들은 조용필의 신곡에 감정이입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자신의 과거 영웅이 초라한 존재로 전락한 데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통한 영웅의 화려한 컴백은 큰 충격을 줬다. 10대, 20대 위주의 대중문화에서 소외된 자로서의 울분을 조용필이 대신 풀어준 것이다.

가수 조용필이 4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9집 앨범 쇼케이스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가수 조용필이 4월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9집 앨범 쇼케이스 행사에서 노래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이는 52세 전후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50대들에게 20대로 돌아갈 것인지 물어보면 의외로 부정적인 대답이 많다. 젊음은 부럽지만 격동의 20대를 다시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50대의 여유를 잃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스포츠카의 주고객층이 50대라는 점이다. 흔히 생각하기로 젊은이들이 스포츠카를 많이 즐길 것 같지만, 구매력이 부족한 20대가 아니라 50대가 오히려 과감하게 구매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대중문화도 50대와 20대의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50대가 더 적극적으로 대중문화를 향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대와 20대가 대중문화의 공급과 소비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문화에 대한 열망과 구매력을 가진 50대는 오히려 소외되고 있다.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참여에서도 50대는 뒷전으로 몰리고 있다. 50대들의 상상 속 자신의 모습은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젊은이와 별 차이가 없다. 물론 거울을 보는 순간 실제 나이를 깨닫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외모 외에는 젊고 패기 있고 멋 있는 젊은이인 것이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용필이 텔레비전에 출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비율이 46%로 나타났다. 마음은 20대인 50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고 상상 속에서 계속 20대로 남고 싶은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50대들은 자신의 영원한 로망을 조용필이 멋지게 대신 실현한 것을 감사한다. 마치 자기 자신이 인생 후반기에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것과 같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니면 적어도 가능성을 보여준 것에 가슴 찡한 감동을 받은 것이다.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은 누구나 아름답다. 조용필에게서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미래를 살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디지털시대에 중요한 것은 문화소비자의 본질적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 여부다.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나이가 무슨 장애가 되겠는가?

[2030 vs 5060]대중문화에서 소외된 50대 울분 풀어줬다

대중문화에서도 50대의 화려한 반란이 시작됐다. 다만 이러한 반란이 인생 전반기에 성공을 거둔 자가 다시 후반기에 변신하는 것을 넘어, 전반기 인생에선 존재감이 없었을지 몰라도 인생 후반기에 화려하게 변신하는 신영웅의 등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그 영웅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일 수도 있다.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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