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목장의 건축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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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라현에 있는 호류지는 지은 지 1300년이 넘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다. 니시오카 쓰네카즈는 1908년생으로 할아버지 니시오카 쓰네키치 아래에서 일을 배웠다. 일본에서는 그를 궁궐목수라고 부르는데, 우리에게는 대목장이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평생 호류지를 수리하고 복원하는 일을 해온 그는 이 분야에서 일본 최고의 장인이다. <나무에게 배운다>는 일본에서 1993년에 출간된 책으로, 니시오카가 대목장으로서의 삶과 경험에 대해 구술한 내용을 글로 엮은 것이다.

<나무에게 배운다> 니시오카 쓰네카즈 구술·최성현 옮김·상추쌈·1만4000원

<나무에게 배운다> 니시오카 쓰네카즈 구술·최성현 옮김·상추쌈·1만4000원

보통 목수는 집을 짓지만 대목장(大木匠)은 사찰·궁전·사원처럼 이름 그대로 규모가 큰 건물을 짓는다. 건물의 크기는 표면적인 차이에 불과하다. 니시오카는 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여염집을 짓는 목수들은 집을 지으면 얼마가 남을까 하는 것이 먼저”이지만 대목장은 “벌이가 되는 일로 내달리게 되면 마음이 혼탁해지게 된다”고 믿는다. 이렇게 이윤 추구에서 멀찍이 떨어진 삶을 살면서 수십년 동안 기술과 지혜와 통찰을 갈고닦은 이가 풀어놓는 말에는 그 말의 심지에 단순하지만 명료한 철학이 굳건하게 박혀 있게 마련이다.

니시오카 가문에는 대를 이어 전해오는 교훈이 있다. “대형 목조건물을 지을 때는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나무는 나서 자란 방향 그대로 써라.” “나무 짜맞추기는 나무의 성깔에 따라 하라.” 이것은 니시오카 개인의 신념이기도 한데, 이 신념은 추상적인 원리에서 연역해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목수의 재료는 나무다. 탁월한 목수에게 나무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생명이다. 생명으로서의 나무가 자라난 환경, 나무의 수종, 나무의 성질 등 나무의 생태를 꿰뚫는 자만이 대목장이 될 수 있다.

이런 지식은 책으로는 익힐 수 없다. 오로지 몸으로만 알 수 있다. 속성으로 가르칠 수 없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대식 교육제도는 장인을 기르는 데 적합하지 않다. 장인을 기르는 일에 매뉴얼이란 없기 때문이다. 니시오카는 “석유를 재료로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부서지지 않는, 이웃과 똑같은 것, 획일적인 것을 만들라고” 하는 세계에서는 문화가 자랄 수 없다고 본다.

사람이나 나무나 개성이 중요하다. 개성을 살려 써야만 훌륭한 재목, 좋은 인재가 된다. “기른다는 것은 어떤 모양에 억지로 밀어넣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개성을 찾아 그것을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서둘러서는 안 됩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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