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한국인의 12가지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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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을 전공한 이나미 박사는 <한국사회와 그 적들>에서 한국인의 마음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그에 따르면 한국인은 ‘물질에 빠진 사람들’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화난 사람들’ ‘고독한 사람들’이다. 이 네 가지 범주는 한국인이 지닌 12가지 콤플렉스와 연결돼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한국사회의 적’이란 한국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12가지 콤플렉스를 가리킨다.

<한국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추수밭·1만5000원

<한국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추수밭·1만5000원

한국인의 기본정서는 더 이상 ‘한’이 아니다. 이제는 ‘욕망’이다. 통장잔고가 인생 성적표다. 욕망의 문제는 돈의 위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자기 내부의 솔직하고 건강한 욕망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관심을 지나치게 욕망하는 것”이다. 성형열풍은 그 극단적 사례다.

저자는 21세기 한국에는 포스트모던형 인간과 부족형 인간이 뒤엉켜 살아간다고 본다. 포스트모던형 인간은 “‘나’만 중요시하고 소속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나 죄의식이 없는” 인간형이다. 부족형 인간은 “나와 남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인간형이다. 포스트모던형 인간은 윤리의식 없이 제 욕망을 좇는다. 부족형 인간은 같은 집단 구성원에게는 관대하고 외부자에게는 폭력적이다. 저자는 ‘집단’ 콤플렉스에 빠져 개성을 말살하는 것도, 반대로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추구해 비윤리적인 개성 추구로 나아가는 것도 모두 극복의 대상이라고 본다. 집단의 욕망과 개인의 욕망이 분별없이 뒤엉키는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내면에 쌓여 있던 분노가 외부로 표출되면 타인을 향한 폭력으로 드러난다. 청소년들의 경우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면 또래 친구에 대한 집단따돌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인은 고독하다. 집단주의적 사회가 개인주의적 사회로 변모하면서 가족간 점착력은 점점 묽어지고 있다.

콤플렉스의 다른 이름은 상처다. 콤플렉스가 많다는 것은 내면의 상처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근대·현대·탈근대가 뒤섞인 시공간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본다. “이 사회의 누구도 상처받은 나를 단번에 구원해줄 메시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진짜 멘토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진짜 멘토는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소박하고 건실한 일꾼들일 가능성이 높다.”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인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저자는 “한국인에게 여러 가지 콤플렉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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