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 담뱃값 인상
왜 담배를 이렇게 많이 피는 사회인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바란다
한국 개신교는 공식적으로 교인들에게 술과 담배를 금지하고 있다. 성경에 ‘술 취하지 말라’는 구절은 등장하지만, 고대근동(古代近東) 시기 쓰여진 성경에 담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교리적으로 흡연을 금지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교회사 연구자나 신학자들은 개신교가 술·담배를 금지하게 된 이유를 한국적 특수성에서 찾는다. 구한말 시기 한국에 들어와 서양식 근대화를 준비하던 서양 선교사들은 당시 조선인들이 노름과 술에 빠져 있다고 묘사했다. 개신교가 신자들에게 프로테스탄티즘(청교도 정신)을 강조한 결과 술과 담배가 ‘죄악시’되게 이른 것이다. 지금도 많은 교회에서는 술·담배를 사탄의 행위로 취급한다.

3월 12일 오전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한국 개신교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부흥의 역사를 가졌다. 뭐든 집중하는 국민성 탓인지, 세계 10위 이내 규모의 교회 중 절반이 한국에 있다. 모두 경제부흥기에 생겼다. 국가는 국민을 경제성장의 일꾼으로 취급했고, 종교는 이들의 멘털을 관리했다. ‘열심히 살면 하늘의 보화가 쌓인다’는 명제를 설파하며, 자신들의 교세를 확장시킴과 동시에 청교도 정신으로 국민들의 정신교육을 책임졌고, 인권·평등과 같은 변화보다는 현실에서의 개인적 노력을 강조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근면성실하게 살 수만은 없다. 그래서 국가는 종교와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국민들의 정서와 국가 수입을 위해 담배를 적극적으로 팔았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들었던 ‘새내기를 위한 여성학’ 수업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열혈 페미니스트였던 교수님은 페미니스트들이 흡연을 해서는 안 된다며 “흡연이 더 이상 쿨하거나 멋지지 않아 보이며, 게으르고 자신을 학대한다는 이미지가 전지구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나태하고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고, 냄새나고, 불쾌한 사람이라는 ‘또 다른 편견’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담뱃값 인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담뱃값에 숨어 있는 부담금인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행 354원에서 1146원으로, ‘담배소비세’는 현행 641원에서 1169원으로 증액하는 등의 방법으로 담뱃값을 2000원을 더 올리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민들의 기호품인 담뱃값 인상이 ‘가계에 부담이 된다’, ‘아니다,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논쟁이 표면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이는 새 정부 복지정책의 세수 확보 차원에서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이 잘사는 행복한 나라’를 위한 다양한 복지공약을 대선 기간 내내 강조해왔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선 이후 ‘국민행복연금’ 등 복지공약들을 빠르게 발표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말을 지켰기 때문일까? 박근혜 정부 역시 국민들을 근면성실하고, 담배를 피지 않는 건강한 노동자로 만들고 싶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보다 ‘멘붕의 시대’라는 말이 더 어울릴 앞으로의 5년 동안, 담배가 해왔던 멘털 관리를 대신 해줄 무엇은 필요해 보인다.
![[2030 vs 5060]담배가 해온 ‘멘털 관리’ 무엇으로 할 건가](https://img.khan.co.kr/newsmaker/1015/20130305_1015_46_1.jpg)
당시엔 종교가 멘털을 관리했다. 건강을 망치는 주범을 때려잡아 국민 건강을 강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왜 담배를 이렇게 많이 피는 사회인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바라는 나는 너무 어린 걸까.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