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 담뱃값 인상
그동안 부적절했던 담배의 실질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담뱃값 인상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14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지하고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현오석은 물가인상을 우려해 유보적인 입장이다. 납세자연맹은 담뱃값이 가장 역진적인 세금이고, 서민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게 아니냐며 인상에 반대한다. 그러나 모노리서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는 비율이 55.7%이고, 반대하는 비율은 30.1%로 나타났다.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이제 모두 알려졌다. 담배는 일종의 마약이다. 금단증상이 심하다. 일시적인 진정효과만 있고, 체내 니코틴 농도가 내려가면 다시 담배를 찾게 된다. 흡연은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간접흡연을 당하는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또한 흡연으로 질병에 걸리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를 지급해야 하니까 결과적으로 비흡연자의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부작용도 있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3만명이고,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액은 연간 12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1970년대에는 국가가 담배를 장려했다. 군대에서 담배를 식사처럼 무상으로 배급했다. 담배사업은 국가의 전매사업으로 담배에서 거두는 세금이 중요한 정부 재원이었다. 80년대에는 지방세 수입 증대를 위해 지방정부는 자기지역 담배 팔아주기 캠페인까지 벌였다. 한국의 15세 이상 성인남자의 흡연율은 40.8%로 OECD 국가 중에 단연 1등인데 여기에는 싼 담뱃값도 일정 몫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의 공식 정책이 흡연 억제, 금연 장려로 바뀌었다. 담배 전매사업을 민영화했고, 군대에서도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담뱃값 인상은 국가의 금연 장려정책에 맞추어 담뱃값을 조정하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은 외국에 비해 너무 쌌던 담뱃값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유럽 각국에서는 담배 1갑 값이 대개 1만원 이상으로 비싸다. 재작년에 영국 학술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유학생이 공항에서 호텔까지 차를 태워주는 대가로 현금 대신 한국 면세점에서 담배 한 케이스를 사달라는 부탁을 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담뱃값이 엄청난 부담이었던 것이다. 일부 교수들은 비싼 담배를 살 여유가 없어 잎담배를 종이에 말아서 피우기도 했다. 담뱃값이 인상되면 당연히 담배 소비가 줄어든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담배가격을 7000원까지 한 끼 식사비 가까이 올리면 성인남성 흡연율을 20%대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유럽 각국이 담뱃값을 8000∼1만2000원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근거 때문이다.
![[2030 vs 5060]외국에 비해 너무 싼 담뱃값 바로 잡는 것](https://img.khan.co.kr/newsmaker/1018/20130317_1018_51_1.jpg)
또한 그동안의 1인당 국민소득 증가에 비해 2004년부터 지금까지 담뱃값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므로 담뱃값 인상은 그동안 부적절하게 싸진 담배의 실질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방세 중 담배소비세 비중이 5%로 내려갔으므로 세수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물론 저소득층은 담뱃값 인상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담배는 기호품으로 필수품이 아니다. 부담이 되면 건강에도 좋으니까 담배를 끊으면 된다. 그럴 때 김재원 의원의 제안처럼 금연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