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도전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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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 지방사립대 졸업생을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군 제대 후 올 2월 졸업한 A군은 현재 서울에서 전공을 살려 종합건설사가 아닌 한 부분에 특화한 단종건설사 인턴으로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학점이나 공인영어점수 등 스펙이 약했지만 학과 교수님의 추천으로 졸업 후 바로 인턴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지인 소개로 찾아와 털어놓은 고민은 이렇습니다.

“교수님 추천으로 들어가기는 했는데 회사 규모도 작고 비전도 잘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 인턴으로 연구개발(R&D)쪽 일을 하는데 내근이어서 답답하고 일에 대한 재미도 못찾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회사에 대해 아는 대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연봉이나 하는 일,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결국 1시간 남짓한 상담을 마치고 내린 결론은 지금처럼 심각한 취업난 속에 A군은 선택받은 소수이고, 조언은 당연히 현재 기업 인턴직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회사 규모가 작지만 10년 정도 업력을 가진 특화한 경쟁력을 가진 건실한 회사였습니다. 인턴으로 3개월을 별탈없이 보내면 정규직 전환이 예정돼 있고, 연봉도 2000만원대 초반으로 그리 낮은 편도 아니었습니다. 재미없다는 R&D 업무도 본인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관련 분야 논문 연구나 정부기관 발주업무에 대한 분석 연구 등이었습니다.

[취업설계]설익은 도전은 금물

현재 건축·건설업은 경기가 좋지 않아 관련 전공자들 채용도 적고 불안감도 증폭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업종 경기 사이클은 순환하게 마련이고, 어려운 시기를 잘 견디고 경험을 쌓은 인재들은 몇 년 뒤 능력을 인정받고 몸값도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무릇 건설업종뿐만이 아닙니다. 젊은이라면 새로운 업종과 직무에 도전할 ‘자유’와 ‘특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냉정한 현실파악과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은 설익은 도전일 경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뼈아픈 후회를 초래할 수 있음을 조언하고 싶습니다.

<이상연 TGS커리어컨설팅 대표> webmaster@greatst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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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