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는 병원진료 합리적 가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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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병원을 드나들어본 이들은 한두 번쯤 의심을 품어보게 마련이다. 병원이 필요 이상으로 돈을 밝히는 건 아닐까. 의심을 품기는 쉽지만 입증하기는 어렵다. <병원 장사>는 이 의심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두 달간 진행한 탐사보도의 성과물이다. 10년간 기자로 일하다 지금은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자는 2012년 5~7월 사이에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기사에 살을 붙여 책으로 묶어냈다.

<병원 장사> 김기태 지음 씨네21북스 1만3000원

<병원 장사> 김기태 지음 씨네21북스 1만3000원

데이터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실상을 드러낼 필요가 있을 때 저자는 ‘현장체험’ 기법을 자주 활용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저자는 과잉진료의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두 군데 병원을 비교하기로 했다. 가짜 병명은 허리 디스크. 비교 결과가 흥미롭다. ‘뼈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던 A 척추전문병원의 의사는 대뜸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라고 권했다. ‘단순요통인 것 같다’던 B 공공병원의 의사는 엑스레이 6장을 찍고 일주일치 약만 처방했다. 전반적으로 A병원이 B병원보다 ‘적극적’이었다. 다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데이터 비교. A병원의 경우 2011년 병원을 찾은 환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수술을 받았다. B병원의 경우에는 11명 가운데 1명꼴이었다. 한 사립대 정형외과 교수는 “의료영역은 대표적으로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정보가 비대칭적이다. 그래서 공급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환자의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책에서는 ‘바지원장’을 내세워 ‘의료’보다는 ‘장사’에 열중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문제, 두 개 이상의 병원이 같은 브랜드를 쓰며 함께 영업하는 네트워크병원의 과잉진료 실상도 폭로된다. 2012년 8월 ‘의사 1인 1병원 개설’ 원칙이 시행되면서 급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병원의 사업 확장 유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병원업계에 상업화 바람이 몰아치면서 병원간 소득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공공의료는 무너지고 있으며, 의료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졌다. 성업 중인 대형병원의 그늘 아래에는 망해가는 중소병원들이 있다. 2011년에는 매달 139곳의 동네의원이 문을 닫았다. 의원 폐업 건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미국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저자는 상업화의 배후에 ‘의산복합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사·병원·보험회사·제약업체·의료기기 공급자 등 의료 관련 이해관계자의 연합체인 의산복합체가 국가의 보건의료 제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의산복합체의 중심에 삼성이 서 있다고 말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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