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글’ 생존 위한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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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 안철수 정치 재개

그동안 보여준 순수한 열정과 기업가적 사고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안철수가 돌아온다.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선거 투표일 당일 훌쩍 미국으로 떠난 지 82일 만이다. 안철수의 복귀로 정치권은 시끌벅적하다. 노회찬 전 의원의 진보정의당은 강력 반발한다. 민주통합당도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가 고공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통화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난해 10월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가 고공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통화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이전의 안철수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온몸으로 받았을 때도 그는 애매모호한 화법과 행보로 보는 이들의 애를 태웠다. 지난해 9월 대선 도전 선언을 하고도 쑥스러워하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문재인 후보를 지원하던 대선 기간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안철수는 앞으로 20년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하면서도 정치쇄신을 향해서 어떤 가시밭길이 있더라도 끝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때문에 안철수가 정치를 재개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였을 뿐이었다.

안철수는 정국이 경색되고 여야가 거칠게 충돌하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철수 현상을 발원시켰던 환경이 또 다시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정치 불신과 정당 혐오와 같은 그런 조짐들이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또 다시 배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안철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안철수 본인은 조직의 미비와 준비 부족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근본적 패인은 본인의 의지 부족에 있다. 천하를 두고 건곤일척을 벌이겠다는 사람이 이것 가리고 저것 두려워해서는 결코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철칙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인의 자질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꼽았다. 다른 사람의 입 속 음식도 빼앗을 수 있는 뻔뻔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안철수 행보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정치권의 혼돈, 진보정의당의 반발을 모른 척하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바에 도전하는 모습에서 그렇다.

지나간 안철수 바람은 너무도 일순간에 왔다 갔다. 안철수 본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주변 환경이 안철수를 몰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동적으로 “어어” 하면서 끌려가다보니 그렇게 허물어진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안철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안철수 바람은 다시 불 수 있을까? 안철수는 이번 4월 선거를 기폭제로 해서 10월에 있을 재·보궐선거 무렵까지 신당을 창당할 것이다. 그 과정에 잘만 하면 민주당에서 이탈할 현역 의원들과 세를 불려가면서 원내교섭단체(20명)를 채우고 제3당으로 부각될 수 있다. 승부처는 내년 6월 지방선거다. 하기에 따라서는 제2당으로 부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2030 vs 5060]‘정치 정글’ 생존 위한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성공의 관건은 발상의 전환이다. 안철수는 아직까지도 정치적 문법에 약해 보인다. 순수한 열정과 기업가적 사고로는 정치의 정글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안철수의 새로운 출발을 지켜보게 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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