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에 대한 ‘에코 세대’ 딜레마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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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 새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높은 부동산 가격은 ‘악’이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은 가계부채 대물림 공포로 다가와

속된 말로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다’는 것이 부동산 경기에 대한 한국 정부와 사회의 딜레마일 것이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 중간층의 대표적인 자산 축적의 방식이 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의 급랭은 많은 이들의 노동가치를 한순간에 날리고 가계부채를 떠안게 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동산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거품을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이 너무 많을 뿐더러, 현재 수준의 부동산 가격이 유지된다면 ‘이미 집을 가진 이들’과 ‘그러지 못한 이들’의 격차에서 오는 불만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밀집지역에 발걸음이 뚝 끊겼다. | 김기남 기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밀집지역에 발걸음이 뚝 끊겼다. | 김기남 기자

설령 현 정부가 너무 보수적이라 ‘격차사회’를 유지하려고 작정한다 하더라도 그 거품이 유지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이명박 정부 시기엔 기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로 올랐다. 그 결과 2007년 대선에서는 수도권 사람들이, 2012년 대선에선 기타 지역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주도했다. 이것은 일종의 ‘통제되지 않은 욕망의 폭주 기관차’의 행렬이었겠지만 선로가 어디까지 깔려 있을지, 어디서 벼랑이 나타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소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라 할 수 있는 ‘에코세대’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물론 계층적으로 가장 아래에 있는 이들에겐 현재 세상의 구조가 바뀌었으면 하는 심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세대가 지방에 집 한칸이라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수도권에서 전세라도 살고 있는 이들에겐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그들에게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가격은 사회생활과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악의 질서’이겠지만, 한편으로 부동산 경기 하락은 부모의 노후대책이 사라지고 가계부채가 자신에게 떠넘겨질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주게 한다.

가령 ‘전세’라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제도는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전제 하에서야 유지가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이것은 기형적인 제도지만 상당수 서민층은 이것을 버팀목으로 삶을 영위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전세 세입자들도 부동산 하강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고 있다. 보유자가 부담을 느껴 전세가격을 높이면 전세 거주자들은 이사를 해야 하고 연쇄적인 이사의 행렬이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에코세대의 딜레마는 능히 짐작할 수 있듯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것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가 전적으로 부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사회문제라면 그저 장밋빛 환상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하고 딜레마를 벗어날 수 있는 정책적 기조를 함께 고민해 나가려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저 거품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 믿었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의 기조 역시 그런 ‘설명’과 ‘고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30 vs 5060]부동산 문제에 대한 ‘에코 세대’ 딜레마 아시나요

‘87년 체제’ 이후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 중 하나는 단임제 임기 5년 동안엔 시민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임기말에는 사회문제를 모두 떠맡는 ‘희생양’이 되는 위임민주주의를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박근혜 정부는 불행하게도 에코세대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고 위임민주주의의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윤형<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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