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 새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투기적 요소’로 개념화하여 접근할 게 아니라, ‘서민의 삶’이라는 주제로 접근해야
이명박(MB)정부가 출범했을 때 부동산시장에 장밋빛 바람이 불 것이라고 했다. 규제 일변도의 참여정부와 달리 MB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규제를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MB정부 기간 중 부동산시장은 지속적으로 침체됐다. 반면 참여정부는 부동산을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로 봤지만, 그 기간에 ‘부동산 대박’의 투기광풍이 일었다. 서울 강남의 주택가격은 거의 2~3배씩 오르기도 했다. 부동산 타도를 외치던 정부 하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자유시장 원리를 중시하던 정부 때에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시장의 가격은 급상승해도, 급락해도 문제다. 물가수준의 완만한 상승세가 유지되어 시세차익을 얻는 사람도, 자산상의 손실을 보는 사람도 없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부동산정책이다. 부동산, 특히 토지는 본질적으로 공공성을 갖고 있다. 부동산이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취급돼 부를 창출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엔 부동산을 통한 축재가 일반적이었다. 현재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면 부동산의 비율이 거의 70%에 달한다. 특히 은퇴연령 가구의 부동산 편중현상이 심하다. 개인부채가 900조원에 달하고, 이 중 부동산 담보대출이 400조원을 넘는다. 그리고 대출자의 대부분은 영세상인과 실버 은퇴가구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시장을 계속 침체시키고는 경기회복이나 새 정부의 정책 목표인 국민행복을 이룰 수 없다. 영세상인과 은퇴자들의 눈물 위에 국민행복을 쌓아올릴 수는 없다. 그래서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부동산시장에도 다소 봄바람이 불 거란 기대를 한다. 평소 시장주의를 선호하던 분들이 부동산정책을 주관할 정책 결정자가 됐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등 시장 활성화 정책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개인의 자산구조를 바꾸거나 하우스푸어들의 무거운 짐을 연착륙시킬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채무조정’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기도 한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시작된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부동산시장은 미국과 문화·환경이 다르다. 채무조정에 대해서도 도덕적 해이, 상대적 박탈감이 반대논리로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하우스푸어나 과도한 개인부채 문제를 해결되지 않는 한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2030 vs 5060]부동산 투기 근절해야지만 시장 흐름 회복시켜야](https://img.khan.co.kr/newsmaker/1016/20130305_42p_3.jpg)
부동산은 실물이다. 화폐자산과 달리 실물자산은 내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인구구조가 부동산시장의 장기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하지만, 저출산 노령화가 고착된 유럽에서도 지난 몇년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사례는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쌓는다는 지난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투기에 너무 민감해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투기는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흐름은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라는 상품을 ‘투기적 요소’로 개념화하여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의 삶’이라는 주제로 접근해야 한다. 전반적으로는 시장을 풀면서 부분적으로 조이는 전반적 완화와 부분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용희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