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시스템 다단계와 비슷한 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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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 국민연금 논란

나를 부양할 후세대를 출산해야 내가 안정적 지급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간단한 부업’ 중에는 가입자를 유치하면 일단 돈을 준다는 다단계 피라미드 금융사업(?)이 있었다. ‘행운의 편지’와 같은 이 시스템은 끊임없이 신규 가입자가 들어온다는 전제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그 자신이 수혜자인 동시에 영업을 해서 수입원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이 다단계와 비슷한 면이 있다. 윗세대를 위한 국민연금을 낸 내가 연금을 받으려면, 내 후세대가 연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늘 기성세대와 정부는 우리에게 ‘출산’과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를 요구한다. 이는 ‘국가 총생산 증가’와 ‘세수 확보’를 의미한다. 청년세대가 느끼는 딜레마는 ‘내 자신의 행복’ vs ‘출산으로 인한 일상의 피곤함’이 아니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모의 노후’ vs ‘자녀양육 비용’을 셈하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그렇다. 나를 부양할 후세대를 출산해야 내가 국민연금의 안정적 지급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사실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만원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기초노령연금(9만7100원)만을 받는 소득 하위 70%로 변경됐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은 모든 세대에게 조금 아쉽다. 노령인구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국민연금기금이 어떻게 될지 불만이다. 40~50대도 마찬가지다. 본인들은 자녀의 봉양을 받지 못하는 반면, 적은 연금액만을 받게 될 노령인구를 부양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당초 인수위는 노령연금을 2배로 인상하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세대전으로 치러진 대선 이후 박근혜 인수위가 다시 세대전의 서막을 연 셈이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은 사회복지, 노령인구를 중심에 두고 있었다. 청년정책은 등록금 차별 책정제와 철로 데크 위에 집을 짓겠다는 행복주택이 한 축이었고, 청년창업과 투자를 격려하거나 스펙초월청년취업센터, 인재은행 등 또 다른 스펙을 강조하는 것이 또 한 축이었다.

<88만원 세대>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지금 20대의 대다수는 중소기업에서 고만고만한 월급을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적지 않은 금액을 국가에 내면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회사에 설명을 나온 은행 직원, 재테크에 관심이 큰 선배, 퇴직금을 계산하는 출산을 앞둔 여자 선배들로부터다.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의 월 평균 수령액은 273만원이다. 이들을 노령연금에서 배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으로는 높은 연금액 때문에 공무원에 목숨을 거는 20대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소수의 연금을 깎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연금을 공무원 연금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2030 vs 5060]국민연금 시스템 다단계와 비슷한 면 있다

65세가 넘은 아버지는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아버지는 평생 150만원이 못되는 월급을 받았지만, 하위 70%에 들어가지 못해 ‘20만원’의 절반도 받을 수가 없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대선 전 “박근혜가 참전용사들에게 추가 연금을 준다더라”며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신 건 당신에게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중’ 아니, ‘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연말정산 서류에는 가족이 모두 나의 부양가족이었다.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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