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하면 죄는 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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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 공직후보자의 도덕성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인사청문회에 대해 “처음부터 후보자를 지리멸렬시킨 뒤 … 통과시키면 그분이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불편한 심정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내는 말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청문회가 너무 가혹해 마치 ‘인격살인 도살장’ 같았다는 식의 궤변이 가능해진다. 청문회 과정을 통해 개인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니 “죄인처럼 혼내는 청문회 때문에 나라의 인재를 데려다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고위직 공직은 국가라는 최고의 공동체를 운영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은 수많은 시민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며, 때로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지닌 인재가 발탁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를 이렇게 단정하는 태도는 참으로 위험하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전문성과 능력과 윤리적 품성과 사회적 규범을 대하는 태도이다. 청문회에서 문제삼는 것은 개인의 신념이나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적 태도와 행위 준칙에 대한 것이다. 과거의 관행을 지금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틀렸다고 한다. “그때는 모두 그랬다”고 말하거나 위장전입 따위의 사소한 잘못으로 지금의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그런 행위들은 과거에도 위법이었으며, 병역면제나 부동산 투기, 탈세와 표절 등은 그때도 중대한 범죄였다. 모두 함께 하면 죄는 죄가 아닌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국가의 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위법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 올라서는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다.

흔히들 전문성과 지식은 윤리적 품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지극히 편협하다. 지성과 감성을 분리하거나 윤리와 전문성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은 지난 시대의 패러다임에 근거한 짧은 생각일 뿐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수십년 간의 노력을 통해 얻은 전문성은 중요한 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들의 고통과 처지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능력은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욱 심오한 배경적 능력이 된다. 예를 들어 진화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결여될 경우, 그들이 지닌 전문성조차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윤리적 품성은 전문적 지식이 정당하고 타당하게 드러나고 활용될 발판이 되고 배경이 되는 것이지, 정치공학적으로 악용하는 겉치레가 아니다. 지난 시간의 잘못은 여전히 지금의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청문회를 통해 고위 공직을 맡을 사람의 범죄적 행위는 물론, 그들의 전문성이 발휘될 일상적 삶의 행태와 인륜적 품성은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런 기준이 지금 그가 맡으려는 중대한 직위의 업무 수행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범죄적 행위를 저지른 이를 걸러내지 못하면 그들은 다시금 현재의 직위를 남용하고 공직과 공적 권위를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챙김으로써 공동체에 현저한 위해를 가할 것이다.

[2030 vs 5060]모두가 함께하면 죄는 죄가 아닌가

물론 잘못 운영되거나 과도하게 잘못을 부풀리는 청문회, 현재의 기준으로 지난 사건을 재단할 때 생길 수 있는 과도한 일반화와 도덕적 근본주의는 마땅히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청문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비한 점과 한계를 찾아 개선하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그 때문에 청문회 자체의 당위적 필요성을 부인하는 태도는 크게 잘못되었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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