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청년실업 문제
“직장 골라서 갈 수 있었던 시절”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절반이상이 백수”
이번 호부터 한 주제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담긴 ‘2030vs5060’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호에는 2030세대, 5060세대가 각각 바라보는 청년실업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근 30년 전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몇 기업에 입사원서를 냈다. 바로 다음날 인사담당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꼭 자기 회사로 와달라는 전화다. 주변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2차 오일쇼크로 경기가 그리 좋은 편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골라서 갈 수 있었다.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마치 꿈 같은 얘기일 것이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들에게는 어찌 보면 틀에 박힌 것 같은 삶의 일정표가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면 중간에 군대 갔다 와서 마저 대학을 마치고 취직한다. 그리고 직장이 잡히자마자 결혼하고 가정을 꾸린다. 열심히 회사에 충성하면 부장까지는 승진한다. 좀 더 노력하면 임원 승진도 가능하다. 그리고 50대 중·후반쯤 퇴직할 때면 거액의 퇴직금이 듬뿍 안겨진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나라가, 회사가, 또 이 사회가 내 가족의 삶과 나의 노후를 지켜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대학시절 독재에 항거하며 돌을 던지던 그 열정을 회사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곁눈 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 왔다.
오늘날 베이비부머의 아들과 딸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주변 친구들의 경우를 봐도 자식들이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른바 SKY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도에 고등교육기관(대학원 포함)을 졸업한 청년은 56만6374명이다. 그 중 59.5%인 29만6736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대략 17만명이 졸업과 동시에 사실상 백수다. 물론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은 7.5%로 OECD 기준으로는 양호한 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취업 걱정에 대학 졸업을 미루고, 막연하게 대학원에 진학하고, 또 없는 돈으로 어학연수 떠나고, 실제로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20%가 넘고 있다. 30만4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거나 PC방에서 청춘을 죽이고 있다. 취업이 안 되니 결혼도 늦어지고 결혼을 해도 부부가 함께 일하지 않으면 안 되니 출산도 미룬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마다 백가쟁명식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달리 뾰족한 해법은 내놓지 못한다. 2월 25일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교육·안전·복지 관련 공무원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고 한다.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고졸 취업 중심의 교육체계의 강화를 약속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취업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 우리 때만 해도 대학진학률이 3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대학들이 난립하고 있다. 수지 맞는 대학장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8%를 고비로 지난해엔 71.3%까지 떨어졌지만, OECD 평균 대학입학률 56%와 비교하면 여전히 너무 높다.
최근 포항대학의 총체적 비리가 검찰에 의해 적발됐다. 교수들에게는 입시생을 모아오라고 목표를 할당하고, 고교 교사에게 학생을 보내준 대가로 3억1000만원을 리베이트로 줬다고 한다. 이게 어디 포항대학만의 문제이겠는가. 차제에 대학을 대폭 손봐야 한다. 무늬만 대학인 학교, 수업료만 챙기면 그만인 대학들을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2030 vs 5060 청년실업 문제]원인 진단 많은데 뾰족한 해법이 없다](https://img.khan.co.kr/newsmaker/1013/20130204_1013_53p_1.jpg)
‘아프니까 청춘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식의 힐링 풍토가 사라지길 바란다. 현실은 냉혹한 것이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엄존한다. 함께 졸업했던 동창들 중에서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사람 구실하는 동창들은 명문대 간 친구들이 아니라,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친구들이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이 최후의 승리자다.
황태순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