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은 과연 사회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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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실업 문제

이미 한국 사회는 청년층이 소수다.‘만만한’ 녀석들의 불만이 어째서 사회문제가 된 걸까

이번 호부터 한 주제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이 담긴 ‘2030vs5060’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번호에는 2030세대, 5060세대가 각각 바라보는 청년실업을 다룹니다. <편집자 주>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원인을 따진다면야 ‘고용 없는 성장’으로 요약되는 후기 자본주의의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문제에 대해 미봉책마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지를 묻는다면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과연 청년실업은 심각한 사회문제일까?

한 젊은 여성이 편의점 아이스크림 코너를 정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한 젊은 여성이 편의점 아이스크림 코너를 정리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수치만 보면 그렇다. 청년층 고용률과 장년층 고용률의 격차가 역대 최대라니 말이다. 그런데 이들의 불만은 사회에 대해 위험요소일까? 이미 한국 사회의 세대 구성은 청년층이 소수자인 쪽으로 재편되었다. 그렇다면 이 ‘만만한’ 녀석들의 불만이 어째서 사회문제가 된 걸까?

그들의 불만 때문이 아니라 그 파급효과 때문일 게다. 말하자면 ‘사회’와 ‘부모’다. 사회의 입장에서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지탱하는 저임금 노동자로 편입되지 않는 상황이 ‘괴롭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는 많은 돈 들여 키운 자녀가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에 흡수되지 않는 상황이 ‘괴롭다’. 이 청년층의 부모들은 하필 이 사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베이비부머’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들의 미취업에 불만을 가지는 두 ‘주체’의 이해관계는 ‘충돌한다’. 사실 두 주체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한 현상에 대한 다른 관점의 반영이다. 가령 그들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이 사회에서는 첫 직장이 제일 중요하니 1∼2년 더 내 돈 받고 살더라도 좋은 곳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신문을 펴들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는 소식을 보면 “요즘 애들이 눈높이를 안 낮춰서…”라며 혀를 끌끌 찬다. 청년실업, 결혼,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보수언론의 보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들의 우려가 정확히 청년이 아닌 그들 부모들의 문제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한편 우석훈과 박권일의 <88만원 세대>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진보진영의 ‘세대담론’은 2000년대 초반 반짝 인기를 끌었던 ‘유럽 선진국’들을 모델로 삼는 진보담론이 참여정부 시기 내내 퇴조한 상황을 반전하려는 시도였다고 여겨진다. 즉 그들은 청년층에게 부모세대의 삶을 모방할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사회운동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라는 조언을 하였다.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던져라”는 <88만원 세대>의 말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청년층이 해야 할 일은 ‘스펙 쌓기’가 아니라 사회운동이다. 그래야 서구 68세대나 한국 386세대처럼 평생 정규직으로 살 수 있다”는 식의 조언은 많은 기성세대 진보지식인에게서 반복되어 나타났다.

하지만 사실 지금의 청년층은 미계몽되었다기보다는 과계몽된 상태다. 그들은 ‘부모세대처럼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런 상황을 운동으로도 반전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 이해하고 있다. 진보지식인의 조언은 상당히 기괴한 것인데, 왜냐하면 그들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말한다고 하면서 ‘자본주의의 사춘기’에 가능했던 저항의 형식을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체제는 68세대나 386세대와 같은 ‘그 청춘들’이 다시 등장한다 하더라도 양보할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살 수 없다면 부모 집을 물려받고, 얼마 안 되는 정규직 일자리 안에 ‘나만은 포함되겠다’라고 자기최면을 거는 것이 오늘날의 청년세대다.

[2030 vs 5060 청년실업 문제]청년실업은 과연 사회문제인가

이런 모든 주체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일자리 만들기’는 한계에 부딪혔으니 ‘일자리 나누기’를 사유하자는 고민은 설 자리가 없다. 청년실업 문제에 돌파구가 안 보이는 이유다.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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