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반란 대안>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가 펴낸 무크(부정기 간행물)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지구적 위기와 반란, 그리고 대안 모색의 여러 흐름들’이 출현했지만 한국에는 충분히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 책 발간의 배경에 깔려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위기’를 진단하고 이 위기에서 비롯한 ‘반란’의 움직임을 소개하며 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책에 실린 국내외 필자 9명의 글들은 모두 좌파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위기 반란 대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엮음·책세상·1만2800원
먼저, 어떤 ‘위기’인가. 장진호 공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책 첫머리에 실린 글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을 3막으로 나눠 분석한다. 1막은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월가 초대형 금융기관들의 연쇄파산과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다. 2막은 미국 금융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보았던 유럽으로 위기가 확산된 시기다. 3막은 미·중 환율 분쟁과 보호주의 격화 움직임이다. 위기의 진행을 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단계를 구분하긴 했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 세 가지 양상의 위기가 서로 맞물리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스페인 최대 진보 일간지 엘 파이스 기자 오스카르 구티에레스의 글은 스페인의 경제에 닥친 위기를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이 위기에 대한 ‘반란’ 사례로서 주목하는 것은 2010년 월가 점거운동(OWS)이라는 이름으로 뉴욕 한복판에서 전개된 대안 세계화 운동이다.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받은 이 운동은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Indignad@s)로 이어지며 국경을 넘어 상호 연결되는 양상을 보였는데, 기존 좌파 운동의 방식과 단절된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안’ 부분이다. 베를리너 차이퉁 경제기자 스테판 카우프만은 국제사회가 그리스 위기의 원인과 대안으로 제시했던 20가지 논점들을 낱낱이 논박한다. 그리스 위기의 원인·경과·대안을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금융거래과세시민행동연합(ATTAC) 학술자문단은 자본 과세와 금융거래 과세, 주류 경제학의 전면적 재편을 주장한다. 금융위기에 대한 유럽 좌파의 대안을 총론적으로 서술한 글이다. 유럽 전체에 팽창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그리스 경제학자의 글, 2012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그리스 급진좌파 정당 시리자(SYRIZA) 강령,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그리스 위기 해결의 유력한 출구라고 주장하는 학술단체 화폐금융연구회 글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