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소설가 중 한 사람인 알랭 드 보통은 지난 2008년 ‘인생학교’(School of Lif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생학교는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중들에게 일상의 의미와 삶의 기술을 전파하는 작업을 하겠노라 선언했다.

<인생학교-세상> 존 폴 플린토프 지음·정미우 옮김·쌤앤파커스·1만2000원
강연과 토론, 멘토링 서비스 등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생학교 프로젝트의 성과 중 일부가 책으로 나왔다. ‘인생학교’ 시리즈가 그것이다. ‘인생학교’ 시리즈는 ‘섹스’ ‘돈’ ‘일’ ‘정신’ ‘세상’ ‘시간’ 등을 주제로 모두 6권이 출간됐다. 6권 모두 넓은 의미에서 일종의 지적인 자기계발서에 해당한다.
<인생학교-세상>의 주제는 책의 부제 그대로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꾸는 법’이다. 작은 실천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겉보기에 압도적인 힘을 가진 체제에 구멍을 내는 일이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일까.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면서 한 가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진실은,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를 가로막는 규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거나 심지어는 무시해버리는 것. 선택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행동’이다. 그 행동이 반드시 영웅적이거나 모험적일 필요는 없다. 변화의 실마리는 우리의 일상에 있다.
리처드 레이놀즈라는 영국인은 어느날 집 근처 교차로의 작은 정원을 청소했다. 그 다음에는 화초를 심기 시작했다. 화초를 짓밟는 사람들도 있었고 공무원들의 제지도 받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둘 동참하면서 화초 심기는 다른 동네로 퍼져나갔다. 이것이 2004년 영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의 시작이다. 인도 독립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 같은 역사적 사건들도 따지고 보면 평범한 사람들의 무수한 작은 실천들이 결집된 결과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상을 바꾸는 실천을 하기 위해 특정인의 카리스마에 기댈 필요도 없다. 1959년 21살의 나이에 백인 전용 간이식당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연좌시위를 주도한 다이앤 내쉬는 이렇게 말했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란, 그 단어가 정의하는 바와 같이 그들의 지도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들을 ‘적’이나 ‘악마’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행동은 “우리로 하여금 변화시키기 위해 설득해야 할 사람들이 포함된 세상과 대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거칠고 공격적인 태도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진짜 변화를 끌어내려면 이미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당신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아니,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당신의 이웃을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의 이익과 연관된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는 성공할 자격도 없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