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근혜 신권력지도

인사 스타일 ‘아버지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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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자 용납 않고, 믿는 사람 계속 쓰고, 정책·경제통 중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는 등 옆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용인술을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당선인의 가장 특징적인 용인술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박 당선인은 정치학에서 말하는 ‘분할 통치(divide and rule)’를 철저하게 견지하고 있다. 다양한 세력에서 인재를 등용하고, 그 속에서 경쟁을 시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의 인사를 보면 핵심 보직에 동일한 측근을 다시 기용하기보다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새 인물을 발탁해 언론으로부터 ’깜짝 인사’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이번 인수위 인사에서도 친박(박근혜)그룹은 대부분 배제됐다. 특히 친박 핵심으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조차 인수위는 물론 비서실에서도 제외됐다. 대신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성균관대 교수),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이혜진 간사(동아대 로스쿨 교수), 여성문화분과 모철민 간사(예술의전당 사장)는 박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

지난 2011년 8월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성역화사업 준공식에 참석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만져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1년 8월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경북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에서 열린 새마을운동 성역화사업 준공식에 참석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만져보고 있다. | 연합뉴스

동고동락한 진영·이정현 다시 기용
‘분할 통치’와 경쟁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유용한 통치수단으로 활용됐다. 박 대통령은 통치 기간 중 여러 권력기관을 놓고 경쟁을 시켰다. 경제부처도 마찬가지였다.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로 하여금 끊임없이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인 한국교통대 임동욱 교수(행정학)는 “박근혜 당선인의 용인술 대부분은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통치했던 방식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박정희 대통령도 2인자를 두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에게 요직을 줌으로써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박정희 대통령처럼 한 번 믿고 쓴 사람은 결정적 실책이 없는 한 계속 기용을 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진영 부위원장은 한때 박 당선인과 관계가 소원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하지만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박 당선인과 진영 부위원장의 인간적 관계는 변함 없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친박(박근혜)그룹인 구상찬 전 의원은 “진영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 여지껏 한 번도 비판을 한 적이 없다”며 “다만 진영 의원이 박 당선인 측근들과 마음이 맞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박 당선인이 당 대표를 맡았을 때 비서실장을 지낸 진영 부위원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중립을 선언했다. 이후 세종시로의 정부 이전을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정책위 의장에 이어,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당선인 비서실 이정현 정무팀장도 박 당선인과 동고동락을 같이해 왔다. ‘박 당선인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팀장은 2007년 박 당선인이 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후에도 박 당선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이정현 팀장은 2007년 박 당선인이 대선후보 경선 패배 직후 이명박 후보 측의 선대위 고위직 제의와 김문수 경기지사 측의 정무부지사 제의를 모두 거절했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보좌진과 15년 동안 같이 해온 얘기는 세간에 자주 회자된다. 박 당선인은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한 번도 보좌진을 교체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의 보좌진은 이번 인사에서 비서실과 인수위에 배치됐으며, 청와대까지 함께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박정희 대통령이 남덕우 전 총리에게 1969년부터 1978년까지 9년여 동안 재무부 장관 및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겼으며, 이후 다시 경제특보에 임명한 것을 연상케 한다.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족과 게임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족과 게임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

박 당선인이 ‘정책통’과 ‘경제통’을 중시하는 것도 이른바 ‘박정희 스타일’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인사와 관련, “가장 중요한 인선 기준은 전문성”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바로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정책통’과 ‘경제통’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남덕우(총리)·이승윤(경제부총리)·김만제(경제부총리)·김용환(재무장관) 등 경제 관료들을 키웠다. 박정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조국 근대화였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경제전문가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경제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서강학파(서강대 경제학파)를 키우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브레인들에도 서강학파가 꽤 많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 김인기·홍기택 중앙대 교수도 서강학파에 속한다.

이번 인수위 인사에서도 박 당선인은 경제전문가를 대거 발탁했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조세연구원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지냈다. 인수위원으로 기용된 안종범·강석훈 의원도 경제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약을 만들었다. 안종범·강석훈 의원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함께 공부한 동문이다.

신비주의 인사도 아버지와 비슷
박근혜 당선인이 인사에서 극도로 보안을 지키는 것도 박정희 대통령과 비슷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수위원 인선과정을 보면 정보유출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이른바 신비주의 인사를 해왔다. 특히 박 당선인은 언론에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들은 최종 인선에서 제외하는 인상마저 줬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인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각종 루머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당선인의 인사팀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떠돌았다. 박 당선인의 비밀주의 인사는 최측근으로 불리고 있는 의원들도 “전혀 정보가 없다”고 할 만큼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수위원들 중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그동안 눈여겨본 사람도 있을 것이고, 주위에서 추천받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며 “언론이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기용됐다고 해서 그들의 업무역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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