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현대사에 관한 책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근현대사를 다룬 만화는 드물다. 꼼꼼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르포 만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미국의 만화 저널리스트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비망록> 정도가 전부다. 국내 작가의 손으로 그려진 팔레스타인 만화는 전무했다. <아! 팔레스타인>은 국내에서 팔레스타인 근현대사를 만화로 그려낸 매우 드문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 팔레스타인> 1권은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기원전 2100년께부터 1987~1993년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까지의 팔레스타인 역사를 다룬다. 1990년대부터 최근의 팔레스타인 역사는 향후 출간될 2권에 담길 내용이다.

<아! 팔레스타인> 1 원혜진 지음·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여우고개·1만3000원
책은 2000년 9월 30일 아버지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 다녀오는 길에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진 열두 살 소년 라미 자말 알두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통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안고 있는 부당함을 보여주는 게 이 장면의 의도다. 그러나 뒤이은 장에서 드러나듯, 역사적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팔레스타인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해온 시오니즘에도 나름의 합리적 근거는 있다. 오랜 디아스포라를 겪은 유대인은 정착하는 곳마다 집단적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유대인은 온갖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며 정치적 박해를 받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유대인 박해의 정점이다. 20세기 초반 유대계 오스트리아인 헤르츨이 시온(예루살렘)으로 돌아가자는 시오니즘의 깃발을 들어올린 것은 이런 사정에서였다.
문제는 유대인들이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던 팔레스타인 땅에 이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917년 이후 약 30년 동안 팔레스타인 땅을 통치했던 영국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다가 1947년에 결국 손을 떼어버린다. 유엔은 1947년 팔레스타인 분할안 181호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인 국가로 분할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팔레스타인 땅의 87%를 소유하고 있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지분은 42%로 줄어든 반면, 고작 6%를 차지하고 있었던 유대인은 56%를 갖게 됐다.
작가는 2000년과 2011년 두 차례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지만, 책에서는 당시 팔레스타인 르포보다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르포의 생동감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팔레스타인 현대사를 간명하게 요약하려는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책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