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2월 28일. ‘스웨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 암살당했다. 올로프 팔메 총리 부부는 이날 시내에서 아들 부부를 만나 영화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귀갓길에 부부는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역으로 갔다. 23시 21분,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치명상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병원에 도착한 지 46분 만에 그는 사망했다. 스웨덴 현대사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은 팔메 총리 암살사건 범인의 정체는 오늘날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올로프 팔메> 하수정 지음·폴리테이아·1만5000원
1969~1976년, 1969~1989년 도합 11년 동안 총리를 지낸 올로프 팔메 전 스웨덴 총리의 평전 <올로프 팔메>의 첫 장이 그의 암살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자 출신으로 스웨덴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의 죽음이 삶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누군가는 그가 없어지기를 바랄 만큼 증오했는가.”
암살사건은 독자들이 팔메의 삶을 향해 접근하도록 저자가 깔아놓은 유도등이다. 암살사건의 배후로는 극우세력, 쿠르드 노동자당, 군수업계, 경찰과 군부, 남아공 인종분리주의 세력 등이 거론된다. 팔메는 어떤 정치인이었기에 이들 세력의 증오를 사게 된 것일까. 팔메는 1927년 방이 18개나 딸린 저택에서 태어났다. 스톡홀름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이 부르주아 출신 청년은 사민당 지도자 타게 에를란데르의 영향과 도움을 받아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선택한다. 에를란데르는 그 이전의 페르 알빈 한손, 그 이후의 팔메와 함께 44년간 스웨덴 사민당의 중흥기를 이끈 지도자다. 총리 시절 팔메는 노동자의 권리를 강하게 대변했다. 세율을 올려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시행했다. 능란한 외교관의 자질을 지니고 있던 그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남미·아시아·아프리카 약소국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호불호가 분명했던 그는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의 중심에 서 있었다. 친구가 많았던 만큼 적도 많았다.
팔메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그는 착하지만 무능한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과 사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서라면 “매력·언변·지략은 물론 미디어와 여론까지” 활용했다.
저자는 말한다. “시장 논리에 맞서 인간의 권리를 우선한 정치인, 수천만 달러의 무기 판매를 포기하고 세계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을 지지하는 국민. 그것이 팔메가 남긴 유산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팔메가 있는가? 우리는 팔메를 뽑을 수 있는가?”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