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국민을 사랑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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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슬픈 드라마야, 모르는 게 약이지.’

유명한 영화의 대사를 패러디해 보았다. 야권 지지자들이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능청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 안철수에 심상정까지 붙였는데도 졌다.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후보의 득표를 합하면 전체 투표자의 99.6%가 된다. 나머지 군소후보(?)가 0.4%를 나눠 가졌다. 그야말로 여야의 ‘총력전’이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했는데도 이기질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에서 열린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참가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에서 열린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참가자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왜 졌을까? 어떤 사람은 지역전략의 실패를 이야기한다. 서울과 부산에만 올인하느라 경기, 인천, 충청을 놓쳤다는 것이다. 지나친 부산 집중을 ‘시오니즘’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어떤 사람은 ‘세대론’ 전략의 파탄을 이야기 한다. 2030대과 5060의 세대대결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인구구성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 필패구도가 짜여졌다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친노’에 대한 거부감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책 중 ‘종부세’와 같은 것들이 기성세대의 마지막 남은 물적 토대인 부동산 자산의 통제권에 위협을 가했고, 이것이 강력한 비토 정서를 양산해낸 결과가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 문재인 후보 역시 패배의 원인에 대해선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친노와 민주통합당 자체의 한계, 둘째, 중간층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략의 부재, 셋째, 기층조직의 부실.

이러한 평가들은 문재인 후보와 민주통합당 측이 ‘선거 기술’에서 약점을 보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나도 거기에 대부분 동의한다. 문제는 그렇다면 무엇이 가능했었겠느냐는 것이다. 이를테면 문재인 후보가 서울, 부산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는 유세 동선을 짰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까? 중장년층과 노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어젠다를 선점했다면? 친노의 색을 벗고 후보의 중도적 성격을 강조했다면? 두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보자. 이 모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역량이 있었을까? 시간과 역량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일정 때문에 소모됐을 것인데, 그와의 단일화 없이 승리할 수 있었을까?

승리할 수 있는 길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선거의 근본적 측면을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조직선거’였다고 말할 만하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이 총집결한 상황에서 조직력에서 밀리는 범야권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조직’을 이기는 ‘바람’을 불러오는 것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일어난 바람은 단 하나, 안풍(安風)뿐이었다.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높은 지지를 보냈던 것은 그가 어떤 헌신적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청춘콘서트’ 등의 젊은 세대를 위로하기 위한 실체적 활동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안철수 후보가 나섰어야 했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지도자는 국민을 실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나는 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민주통합당은 국민을 사랑했는가? 박근혜 후보는 국민에 대한 사랑을 덜 강조해도 됐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라도 문재인 후보 측은 자신들이 국민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래야 앞서 설명한 여러 선거 전략상의 오류와 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후보에게 투표를 해야 하는 당위를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봉책들은 집어치우자. 1만명의 스핀닥터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젊은 시절에 투표조차 포기한 사람들에게 투표하는 방법을 가르쳐줬던 사회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어떤 형제애가 필요하다.

김민하 <진보신당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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