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힘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스타가 쏟아지는 연예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인기가 치솟던 스타도 두세 달 쉬면 서서히 잊혀진다. 솔직히 지난해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 제목도 가물가물한 게 현실 아닌가. 뜨겁게 끓었다가도 이내 차갑게 식는 냄비처럼, 빠르게 달아오르고 더 빠르게 사그라지는 연예계에서 강호동은 흔치 않은 ‘스테디 셀러’다.

강호동 | SBS 제공
1년 2개월여의 공백을 깨고 컴백한 강호동은 여전한 힘을 과시했다. 첫 복귀작인 SBS <스타킹>에서는 명불허전의 예능감과 여유를 보여줬다. 지난 11월 10일 방송된 첫 복귀 무대가 이를 입증한다. 긴장된 표정으로 등장한 그는 객석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한 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노사연의 ‘만남’을 불렀다.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오랜만의 복귀에 대한 떨리는 감성이 묻어났다. <스타킹> 첫 손님으로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리틀 싸이’ 황민우군과 중국 ‘리틀 싸이’ 장한군이 출연하자 강호동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진행했다. 예의와 의리를 중시하는 강호동식 진행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녹을 때쯤, 싸이의 말춤으로 웃음까지 선사했다. 강호동은 “‘강남스타일’ 말춤을 보여달라”는 부탁에 약간 망설이더니 음악이 나오자 “에라 모르겠다”며 특유의 애교 섞인 표정으로 말춤을 췄다. 스튜디오에서 웃음이 터졌고, 여전한 예능감이 입증됐다.
강호동의 힘은 시청률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방송분은 16.2%(이하 AGB닐슨 집계 전국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에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12.7%를 앞섰다. 전주 시청률 10.8%보다 5.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SBS <스타킹>은 게스트의 비중을 줄이고 강호동의 진행 비중을 높이면서 강호동에게 힘을 실어줬다.

강호동 | SBS 제공
MBC는 강호동의 잠정 은퇴 선언으로 잠정 폐지했던 <무릎팍도사>를 살렸다. MBC는 ‘라디오스타’와 함께 <황금어장>에 속해 있던 ‘무릎팍도사’ 코너를 아예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했다. 그만큼 강호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예능 프로그램에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 정우성이 부활하는 <무릎팍도사>의 1호 게스트로 확정됐다. <무릎팍도사>는 11월 23일 첫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에 보조 진행을 맡았던 유세윤이 다시 돌아오고 그룹 제국의아이들의 황광희가 합세했다.
유재석과 함께 예능을 이끌던 강호동이 지난해 잠정 은퇴를 선언한 후 ‘포스트 강호동’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해 빈 자리를 채우지 않겠느냐는 예상이었지만, 강호동을 대신할 스타가 탄생하지 못했다. 유재석의 독주가 이어졌고, 한동안 주춤했던 신동엽이 다시 주목받은 정도다.

강호동 | SBS 제공
KBS는 <안녕하세요>의 이예지 PD와 <무릎팍도사>의 문은애 작가가 의기투합해 강호동을 위한 새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형식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주말 저녁, 또는 심야시간대가 거론되고 있다. 후보로 논의되는 토요일 6시, 금요일 11시대 심야프로그램으로 편성이 확정된다면 주말 예능 판도가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경향신문 대중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