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를 빠져나온 여객선이 일본 나가사키항을 향해 석양이 물든 바다로 미끌어지듯 흐른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한 시간 남짓 거리지만, 일부러 추억과 낭만의 크루즈 여행을 작정한 여행객들은 한껏 편안한 모습으로 선상 갑판에 올라 항해를 즐긴다.
그리운 건 언제나 사랑이다. 부산 영도항 부두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객선에 올라선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내 떠올린 것은 늘 지극한 자식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부모님의 얼굴이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바다에서 황혼의 실루엣을 바라본다. 황혼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늘 빛이 되어준 지대한 사랑 때문이리라. 붉게 물들기 시작한 노을을 바라보던 황혼빛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어린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클럽하모니호에서 바라본 야경.
아름다운 하모니, 인생은 아름답다
부산 영도항 부두에서 출발하는 크루즈 여객선 클럽하모니의 출항 시간에 맞추어 오른다. 아들 내외와 손주들을 앞세운 팔순 노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손주들의 잰 걸음을 멀찌감치 따른다. 노부부에게 이번 여행은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손상영씨(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내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는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손상영씨(오른쪽)가 아버지 손승용씨의 손을 꼭 잡고 있다. 4년 만에 가족 여행으로 부모님과 오래도록 함께하기 위해 일본행 크루즈 여행을 선택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무심한 자식 때문에 이제 두 분은 영영 손을 놓지 못할 만큼 서로의 벗이 되고 영원한 동행이 된 것만 같습니다. 서로 손을 꼭 붙잡고 계신 두 분의 모습은 언젠가 보았던 연리지의 모습을 닮아 있는 듯합니다. 10년 전쯤 어머님이 몸이 불편해지신 이후로 금실이 더 좋아지셨어요. 지극한 부부애라 자식으로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연리지(連理枝).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하나의 형상, 한 몸이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모진 풍파와 바람에도 지극히 서로를 마주하며 의지하고 결국은 영원히 한 몸이 되어버린다는 연리지. 손씨의 아내 박영지씨도 남편의 손을 꼭 잡고 먼 바다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고스란히 세월을 지내온 아버지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눈에 어린 것은 언제나 걱정 많은 자식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조금은 흐려진 아버지의 눈빛에서 여전히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봅니다. 오직 사랑으로 지켜봐주시는 두 분의 사랑을 이제야 마주하는 심정입니다. 죄송하고. 늘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오래도록 기억이 될 아름다운 선물
그가 저 너른 바다와 같은 부모님의 사랑을 깨달은 건 바다에 붉은 황혼빛이 지기 시작할 즈음이었을 것이다. 손씨가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나 되었을까? 손씨는 4년 만에 가족여행을 계획하면서, 좀 더 오래도록 부모님과 함께할 여정으로 일본행 크루즈 여행을 준비했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클럽하모니호는 총 383개의 객실과 함께 야외수영장, 대형극장, 피트니스 클럽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어쩌면 이런 시간을 또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이번 여행을 마련했습니다. 두 분이 우리 자식들을 키우며 그동안 살아오신 이야기도 여쭙고. 떨어져 지내면서 함께할 시간이 적었던 저희 부부와 아이들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오래도록 기억될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타국에서 지내며 늘 그리운 건 부모님이다.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 아이들이 훌쩍 성장할 터이고, 부모님이 연로한 탓에 이런 시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 3대가 함께 떠나는 이번 여행은 그 의미가 더욱 더 각별했다.
“올해 아버님이 팔순을 맞으셨습니다. 미국으로 모셔서 팔순잔치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분 모두 이제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아이들 방학에 맞춰 한국에 돌아와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SBS 김정택 예술단장이 이끄는 선상음악회 특별공연 모습.
아주 특별한 선물, 한여름 밤의 음악회
부두를 빠져나온 여객선이 일본 나가사키항을 향해 석양이 물든 바다로 미끌어지듯 흐른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면 한 시간 남짓 거리지만, 일부러 추억과 낭만의 크루즈 여행을 작정한 여행객들은 한껏 편안한 모습으로 선상 갑판에 올라 항해를 즐긴다. “좀 편안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생각했고, 이번 크루즈 여행은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이며 시설이 좋았습니다. 여행 일정 내내 크루즈에서 준비한 음악회 등 다양한 선상 프로그램이 일단 마음에 들어요. 부모님이 음악회를 좋아하셔서 저희의 기대도 큽니다.”
저녁 8시 출항 후 식사를 마친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음악회가 열리는 무대공간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SBS 김정택 예술단장이 이끄는 선상음악회 특별공연이다. 간간이 내리는 빗발로 인해, 선내 공연장 홀로 무대를 옮겼다. 밤을 달려 내일 아침 8시에 일본 나가사키항에 도착할 예정이니, 관객들의 무료함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수준 높은 공연에 관객들은 피로감도 잠시 잊는다. 음악에 빠져든다. 아버지 손승용씨(서울 송파구 오금동)와 어머니 이옥이씨 역시 한껏 밝은 표정으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다.
“평생 교편을 잡으셨던 아버님이 워낙 점잖으셔서 좋은 내색을 안 하시는데, 오늘은 무척 즐거워하시는 듯해 만족스럽습니다. 어머님이 배멀미를 하실까 걱정했는데, 편안하고 행복해 하시는 듯합니다. 내일부터 일본 현지 여행을 할 예정인데, 기대가 큽니다.”
손씨 가족은 일본에 도착해 첫날 나가사키에서 온천을 즐기고, 이튿날에는 후쿠오카 시내와 온천관광을 즐길 예정이다.

나가사키 도심 풍경.
하모니크루즈, 온 가족에게 추억의 선물을
손상영씨의 기대만큼, 3대가 함께 한 3박4일의 크루즈 여행은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이번 크루즈 여행은 하모니크루즈㈜가 마련한 일본 나가사키와 후쿠오카 일원을 관광하는 3박4일 일정의 프로그램이다. 하모니크루즈㈜는 일본의 유럽이라 불리는 나가사키와 벳부 등 온천 관광과 각 지역의 유명 테마파크를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자신만의 여행코스를 짜 자유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다.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클럽하모니호는 풀사이드 바비큐, 선상 공연, 달콤한 칵테일 등 국제적인 수준의 크루즈 여행문화를 선보이며 낭만과 추억을 선물한다. 클럽하모니호는 총 383개의 객실이 있고, 100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야외수영장, 대형극장, 고급 레스토랑, 피트니스 클럽, 스파 등의 시설도 갖춰져 있다. 선상에서 재즈공연, 팝업 뮤지컬 쇼, 원더 매직팀 등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김정택 SBS예술단장의 특별공연과 이번 하모니크루즈 일본 여행을 기획한 한강마케팅의 이상해 대표는 “클럽하모니를 통해 가족 단위 또는 연인들끼리 아주 특별한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7~8월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본격적인 크루즈 여행문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라며 “특히 가족단위 여행에 아주 특별한 추억과 낭만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글·사진|이강<여행작가·콘텐츠 스토리텔러> leeghang@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