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PHS 부활시킨 손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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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근 한물간 PHS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PHS란 Personal Handyphone Service(개인 휴대폰 서비스)의 약자로, 2000년대 초반에 저렴한 단말과 통신비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이제는 휴대폰과 스마트폰에 밀려 기억 속에서 멀어진 통신서비스다. 일본의 유일한 PHS 사업자인 윌콤(Willcom)은 PHS 가입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2009년에 결국 파산신청을 하게 되었고, PHS는 통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윌콤을 구제한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소프트뱅크의 CEO 손정의였다.

소프트뱅크와 윌콤의 네트워크를 듀얼로 이용할 수 있는 윌콤 최초의 스마트폰 ‘Digno Dual’.

소프트뱅크와 윌콤의 네트워크를 듀얼로 이용할 수 있는 윌콤 최초의 스마트폰 ‘Digno Dual’.

지난 동일본 대지진 때, PHS는 끊김 없는 통신수단으로 활약하며 IT 생명선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손정의는 PHS 서비스로 새로운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향후에는 윌콤이 보유한 PHS 주파수를 LTE에 활용하고자 윌콤에 주목한 것이다. 윌콤은 파산신청 2년 만에 가입자 수 480만을 돌파하며 화려하게 부활하였고, 손정의는 과거 쓰러져가던 보다폰 재팬을 인수하여 지금의 소프트뱅크로 성장시킨 데 이어, 윌콤의 재건 또한 성공함에 따라 또 한 번 ‘마이더스의 손’임을 입증하였다. 대체 손정의는 윌콤에 어떤 ‘마법’을 쓴 것일까?

새해 분위기로 일본 전역이 들뜬 2010년 12월 31일 저녁, 윌콤의 임원진은 손정의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어째서 윌콤의 가입자 수가 늘지 않고 있는가?” 소프트뱅크가 윌콤을 받아들이고 1년여가 지났지만 윌콤은 여전히 가입자 수 하락으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정의의 메일은 윌콤이 처한 위기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짧고도 명확하게 보여준 경고문이었다. 윌콤 임직원은 연휴도 잊은 채, 새해 첫날부터 가입자 확보방안 마련에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서비스가 ‘누구라도 정액’이라는 음성통화 정액서비스다.

‘누구라도 정액’은 매달 2400엔(약 3만3000원)만 내면 통신사에 상관없이 1회 10분 이내, 월 500회까지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같은 통신사 가입자간 무료통화 서비스는 있었지만, 통신사를 가리지 않는 무료통화는 전무후무했기에 학생, 유학생, 중소기업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동일 조건 하에서 휴대폰 요금으로는 월 20만엔 정도가 발생하지만, 윌콤은 100분의 1 수준인 2400엔으로 가능했다.

이 BM이 가능했던 것은 소프트뱅크의 기지국을 공동 이용하여 별도의 투자비용이 발생하지 않았고, 소프트뱅크의 재무적 지원으로 윌콤은 가입자 증대에만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윌콤의 서비스는 소프트뱅크의 음성통화 수익을 잠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정의는 과감히 무료통화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이미 ARPU(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월평균 운용수익)의 중심이 무선데이터로 전환된 지금, 음성통화는 더 이상의 주력 서비스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손정의는 윌콤에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소프트뱅크의 DNA를 윌콤에 주입시켰을 뿐이다. ‘스피드 경영’으로 대표되는 소프트뱅크의 기업문화는 윌콤의 업무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매주 1회,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고객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전략회의가 열리고 다음 주에는 바로 액션플랜이 실시되었다. 분석된 자료는 즉시 임원진에게 공유되고, 작은 변화라도 CEO에게 보고되어 바로바로 대응방안이 시행되었다. 더 큰 변화는 직원들의 마인드에서 나타났다. “뭘 해도 우린 안돼”라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윌콤 직원들이 소프트뱅크와 같이 일하면서 “우린 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재무장된 것이다.

윌콤 재건에 성공한 손정의의 다음 타깃은 기업이 아닌 ‘일본 재건’이다. 환경, 자연에너지, 교육 등 사회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분야에 손정의가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일본 재건을 위해서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일본 가전업체들의 몰락으로 점점 기울어져 가는 일본이 PHS처럼 ‘마이더스의 손’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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