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감독 리들리 스콧
각본 데이먼 린델로프, 존 스파이츠
출연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수입/배급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상영시간 123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2년 6월 6일
사실 불안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조금 수상한 저자(著者) 에리히 폰 드니켄의 ‘신들의 전차’에서 이번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의 음모론의 바이블이 되어버린 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고대 아즈텍, 마야, 잉카 유물은 외계문명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벽화 속 인물이 입고 있는 옷은 알고 보면 우주복 비슷한 것이며, 제트기를 닮은 출토물이 발견되었다는 따위의 이야기다. 드니켄의 논거는 오늘날 거의 논박되었다.
어쨌든 이번에 공개된 영화 <프로메테우스> 제작 소식에 팬들은 열광했다. 감독의 대표작 <에일리언>이 만들어진 것이 1979년이다. 어쩌면 그 프리퀄에 해당할지도 모르는 작품이 33년 만에 그 감독에 의해서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공개된 예고편. 인터넷에는 온갖 추측으로 가득찼다. 이를테면 <에일리언>에서 노스트로모호 승무원 이전, 희생된 정체불명의 거대 외계인이 있다. ‘스페이스 자키’라고 불리는 이 우주인과 그의 ‘탑승장치’는 피겨로도 제작되어 불티나게 팔렸다(알려진 것처럼 <에일리언>의 원안 디자인과 세계관은 H R 기거의 작품들에서 따왔다). 예고편에는 이 ‘스페이스 자키’도 한 컷 지나가면서 나온다. 드디어 이 당대의 SF 고전의 세계관이 드러나는 것이다.
<프로메테우스>가 프리퀄, 그러니까 <에일리언>의 전사(前史)를 다룬 영화라는 팬들의 추측에 감독이 한마디했다. “이 영화는 또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다.” 5월 31일 시사회를 통해 최초 공개된 영화를 보면 감독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에일리언>으로 이으려면 공백이 존재한다. 말하자면 프리퀄의 프리퀄 정도라고나 할까. 앞서 드니켄을 언급했지만 우려(?)와 달리 감독은 기존까지 나왔던 외계문명 기원설을 인용하는 것이 아니다. 외계문명의 존재를 언급하는 고대유물이 등장하는 건 21세기 중반,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운이 좋으면 늙은이로 살아 있을 한참 뒤의 이야기다.
영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자. 솔직히 실망스럽다. 외계문명 기원설을 발견한 남녀 학자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고대유적에서 제시한 좌표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탑승한다. 스토리 상 보면 이 미션은 17명 탑승객들에게 미리 공개되지 않은 듯하다. 잠에서 깬 승무원들에게 남녀 학자가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그런데 별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저 정도 수준의 주장으로 아마도 이익에 누구보다 민감했을 웨이랜드사를 설득했으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웨이랜드 회장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 분)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등장과 퇴장은 허무하다. 주인공, 최종적으로 엘리자베스 쇼 박사(누미 라파스)와 비커스(샤를리즈 테론)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도 지리멸렬하다.
영화는 시작 장면부터 근육질이고 파란색 피부의 ‘엔지니어’(인류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속 프로메테우스호 승무원들은 이들을 엔지니어라고 부른다)를 보여준다. 그런데 뭔가 불편했다. 우주선이나 스페이스 자키를 보면서도 뭔가 찜찜했다. 막연한 석연찮음은 시사회 후 다시 <에일리언>을 돌려보면서 풀렸다. 프리퀄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떤 연속성이 있다면 오리지널 <에일리언>의 화석화된 시체에서 유추해보면 <프로메테우스> 속 엔지니어는 적어도 1.5배에서 2배는 더 큰 인물이어야 했다. 스페이스 자키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보도자료를 보면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세트장을 지어 영화 스태프들도 길을 잃을 뻔했다고 하는데, 왜 작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하지만, 많은 부분 <에일리언>과 상동관계에 있다. 시고니 위버가 연기했던 리플리의 권한이나 역할은 쇼 박사와 비커스가 나눠 갖는다. <에일리언>에서 승무원들은 자신의 동료가 비밀임무를 띤 로봇이라는 걸 몰랐는데, 마이클 패스벤더가 연기한 데이빗은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자신이 감정을 갖지 않은 로봇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감독은 33년 전에 이뤄낸 성취에서 반발짝만 나간 것일 뿐이다. 팬들이 기대했던 것은 또다른 이정표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