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노골적 격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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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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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이드: 첫 번째 습격

영문제목 The Raid-Redemption

감독 개러드 휴 에반스

출연 이코 우웨이스, 도니 알람시아

제작국가 인도네시아

제작연도 2011년

등급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개봉일 2012년 5. 17

<레이드:첫번째 습격>(이하 <레이드>)은 걸작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레이드>만큼 노골적으로 격투 그 자체의 미감에 심취한 영화를 향후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 내가 <레이드>에 관해 단언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이 영화는 반드시 격투 영화의 클래식이 된다.

이야기의 설정이 매력적이다. 낡은 30층 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는 갱단이 관리한다. 완벽한 무법지대다. 경찰을 포함한 어떤 외부인도 이 아파트를 공략하는 데 성공해본 일이 없다. 영화는 주인공 라마를 포함한 SWAT팀이 이 아파트에 잠입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매 층마다 도사리는 세입자들(갱단 두목으로부터 경찰을 죽이면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과 갱단 무리를 이겨내고 문제의 두목을 체포해야 한다.

흡사 <사망유희>나 <사망탑>의 후반 시퀀스를 연상케 만드는 이런 식의 설정은 장르적인 긴장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제작비를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폐쇄된 공간에서의 이야기다. <레이드>는 한화로 따졌을 때 고작 12억 9000만원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이런 저예산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인도네시아의 낮은 인건비가 가장 유효했을 것이다.

<레이드>가 다루는 이야기 자체가 매력적인 건 아니다. 이야기는 단출하고 구성은 평면적이며 인물들의 갈등은 다소 억지스럽다. 특히 이 영화의 서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 할 만한 주인공 형제의 갈등과 갱단 두목-노형사 사이의 갈등은, 이 영화가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음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이를테면 <레이드>를 엽위신의 <살파랑> 같은 작품과 비견해가며 ‘영화적인’ 성취를 논하는 건 다소 무리가 따르는 해석이다.

<레이드>의 매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에서 나온다. 이 영화에서 나는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없는 격투의 합을 수차례 발견했다. 액션의 질감만 따져보더라도 견자단의 유려한 타격감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구별되는, 매우 야수적이고 노골적인, 정말 말 그대로 끝까지 가는 액션이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견자단의 영화들이나 <옹박>에서 본 것과 같은 화려한 볼거리로서의 액션이 아닌, 새롭고 참신한 ‘짐승적인’ 액션 시퀀스를 경험할 수 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레이드>를 보고 견자단이 뭐라고 평가했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주연을 맡은 이코 우웨이스와 야얀 루히안은 이 영화에서 무술 장면을 (감독과 함께) 연출했다. ‘무술감독’ 견자단이 기존의 전통적인 홍콩 무술에 이종격투기의 화려한 실전 기술을 조합했다면, 이들은 인도네시아 전통 무술인 실랏을 기반으로 매우 창조적이고 살벌한 격투의 합을 구현해낸다.

<레이드>를 연출한 건 무술영화 마니아로 알려진 영국 출신의 작가 겸 감독 가렛 에반스다. 그와 <레이드>의 주인공들은 전작 <메란타우>에서도 합을 맞춘 바 있다. <메란타우> 역시 이코 우웨이스와 야얀 루히안이 가렛 에반스와 함께 액션 장면을 연출했다. ‘무술영화에 심취한 영국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실랏의 고수들과 함께 만든 액션무비’라는 설명에서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형태의 영화. 린킨파크의 마이크 시노다가 작곡한 영화 음악이 전혀 아깝지 않은 파괴적인 영화. 그것이 <레이드>다.

마지막으로 극 중 주인공 라마를 연기하는 이코 우웨이스에 대해 몇 마디 더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무술 감독으로서의 그의 재능은 이미 설명했으니 차치하더라도, 배우로서의 매력이 또한 심상치 않다. 그의 외모를 비롯한 신체적 조건이나 무술실력(5살부터 실랏을 배워 2005년 펜칵 실랏 축제에서 1인 무예 최고상을 수상한 유단자라고 한다)을 감안해볼 때, 향후 <북두신권>을 제대로 다시 영화화한다면 켄시로 역할에 가장 완벽하게 어울릴 단 한 명의 배우라고 생각한다.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허지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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