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프’, 통진당 갈등 봉합할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강달프’ 강기갑은 ‘당권’이란 절대반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을 무사히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이 19대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 파문과 당권파 당원들의 폭력사태로 갈가리 찢어진 통진당의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통진당 중앙위원회는 전자투표를 통해 혁신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키며 당 운영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강 위원장이 비대위를 이끌게 된 배경에는 그가 비당권파이지만 당권파에서 비교적 우호적인 인물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작용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강기갑 의원실이 당에 납부해야 할 특별당비를 미납한 내역이 공개되면서 당권파 측이 공격할 만한 빌미가 나온 것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비 미납분을 보통 연말 후원회비로 메워왔는데 이번에는 총선 준비 때문에 어려워졌다”면서 “당내에선 다들 알고 있던 내용을 공개적으로 게시한 것이나 그 시기로 봐서 의도가 미심쩍은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 위원장이 정파적인 기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많은 보좌관들이 위원장을 맡지 말라고 권유했지만 (강 위원장을) 막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기갑

강기갑

당권파인 이석기·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는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혁신비대위에 맞서고 있다. 두 당선자는 총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미 19대 국회의원으로 등록을 마친 상태로 19대 국회가 출범하는 이달 30일 전까지 자진사퇴를 하거나 탈당을 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이 된다. 강 위원장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출당까지도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침에 따라 두 당선자는 원래 소속된 서울시당에서 당권파가 우세한 경기도당으로 지역 당적을 이전해 출당을 피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또 당권파를 중심으로 한 ‘당원비대위’를 구성하려는 세력은 강 위원장의 혁신비대위가 “법적·정치적 정당성이 없어 인정할 수 없다”며 나서 통진당 내 당권파와 비주류 간의 갈등은 각기 정당성을 주장하는 두 개의 비대위를 중심으로 계속될 공산이 높아졌다.

통진당의 가장 큰 지지기반이었던 민주노총은 통진당에 대한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했다. 강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결정에 대해 “혁신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을 했다”면서 당권파 측의 별도 비대위 구성을 “당의 결정에 대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노총이 내건 조건에는 비례대표 당선자의 총사퇴와 당 혁신안 실현 등이 포함되어 있어 당권파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혁신비대위는 모든 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 21일까지 사퇴할 것을 통보했다. 그러나 혁신비대위가 의원등록까지 마친 비례대표 당선자를 사퇴시킬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과 사퇴한 비례대표를 대신할 새로운 후보자 결정 과정에서 당권파와의 갈등이 또 한번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총선 때 수염을 깎은 강 위원장이 어떤 능력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관련기사

주간인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