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점 남긴 ‘박근혜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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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의 임기가 5월 15일로 끝난다. 총선 전후의 전쟁 같은 정치판에서 참신한 정치 신인이라는 인상을 남겼던 그도 마지막에 오점을 남겼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목이 잘리는 내용의 패러디 만화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결시킨 것이다. 문제의 만화는 일본 작가의 <만화 삼국지> 중 일부분을 패러디한 것으로, 관우가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와 자기 진영에 잘린 목을 내던지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관우의 얼굴에 부산 사상에 출마했던 손수조 후보의 얼굴이, 베인 적장의 얼굴에 문 고문의 얼굴이 합성된 이 만화는 사실 총선 전부터 인터넷 상에서 나돌던 만화였다. 하지만 이 위원이 이 만화를 올리면서 논란은 커졌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상대당 대선 후보를 목 베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개탄하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공식 사과와 이 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폈다. 이 위원은 즉각 문 고문을 찾아가 사과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사과를 받은 문 고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준석군은 성의있게 사과했고 저는 사과를 받아들였다”며 “젊은 시절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겪으며 성장한다. 이군이 그만 비난받길 바란다”고 밝혀 사태가 더 확대되지는 않았다.

이준석

이준석

이 위원은 전화통화에서 “그저 죄송할 뿐이고 자숙하고 있다”며 “다만 그 만화를 제가 직접 만들었다느니 하는 오해와 억측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 위원을 전당대회 식전행사의 사회자로 내정했지만 이 위원은 근신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사회를 고사했다. 그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비대위원 활동을 돌아보면서 “당의 실수와 잘못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한 것”에 대해선 잘한 일이라고 자평하면서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당하지 않고 비대위원에게 주어진 권한을 다 쓸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27세의 청년 기업인인 이 위원은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철거민 단체를 두고 “진짜 미친 놈 아닌가 싶다”는 트윗을 올리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이후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총선 과정에서 급성장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오는 대선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활용해 몸값을 더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위원은 “비대위에 들어올 때부터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정치권과 거리를 둘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 위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클라세스튜디오’는 이 위원 또래의 청년들이 함께 세운 교육 관련 벤처기업이다. “아직은 사업이라 할 만한 게 별로 없어요. 이제 애플리케이션 개발하는 중입니다.”

이 위원은 시기를 단정짓지는 않았지만 정치 복귀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쌓은 정치적 자산을 이용해 앞으로의 구상을 내놓을 생각은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과거를 정리하는 것은 쉽지만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는 건 쉽지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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